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을 얘기하며 ‘2003년 김동수’를 떠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을 얘기하며 ‘2003년 김동수’를 떠올렸다
시작은 오승환에 대한 얘기였다. 오승환(41)은 지난 주말 삼성의 창원 원정 3연전에 두 차례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오승환은 승리와 세이브를 하나씩 따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잠실 두산전이 열린 지난 23일 앞서 열린 주말 시리즈를 언급하며 “오승환 덕분에 창원에서 위닝시리즈를 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오승환은 우여곡절 끝에 1군 마운드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데뷔 이후 최초로 선발 등판까지 하며 투구 밸런스를 잡는 데 공을 들이면서 퓨처스리그도 한번 다녀왔다. 박 감독은 “기술적으로 준비도 잘하고, 마음도 가다듬고 온 것 같다.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보인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강으로 시작해 강으로 마무리하는 투수였다. 그를 상징하는 수식어인 ‘돌직구’를 앞세워 한미일 통산 497세이브를 따냈다. 올해 오승환이 바닥을 한 차례 찍고 올라와 생존하는 법은 조금 다르다. 강과 약이 조화를 이루는 유연한 피칭을 하면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투심도 투심이지만, 투심패스트볼이 싱커성이다.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승환이 투구 패턴의 변화를 가져가고, 변화에 완성도를 더해간다는 신호다. 지난 21일 창원 NC전 연장 승부에서 2이닝을 던지는 동안에는 포심패스트볼과 투심,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박진만 감독이 함께 떠올린 이름이 1990년 KBO리그 신인왕으로 90년대 리그의 간판포수였던 김동수(SBS 스포츠 해설위원)다. 명유격수 출신인 박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던 2003년 팀 선배로 김동수를 만났다. 김동수가 LG를 시작으로 삼성, SK를 거쳐 현대로 트레이드됐던 시즌이다. 1968년생인 선수 김동수도 30대 중반을 넘어갈 때다.
박 감독은 “4번타자로 뛰었던 선수가 그 시즌 33인치 방망이를 반 토막으로 잡고 타격하면서 변화를 주는 것에 그때 많이 놀랐다. 김동수 선배는 그해 그런 변화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지금 베테랑 선수들도 생각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동수는 드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0홈런을 두 차례나 기록한 거포 포수였지만, 2000년 이후로는 내림세를 타던 중이었다. 김동수는 방망이부터 짧게 쥐는 타법의 변화를 선택했고, 2003년 타율 0.308(367타수 113안타)를 기록했다.
나이가 들면 누구라도 힘이 떨어진다. 반응 속도도 점차 무뎌진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을 메울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 ‘지혜’도 얻게 된다. 반등을 원하는 베테랑들이라면 꼭 챙겨볼 대목이다.
때마침 이날 경기 삼성전 선발이 재기를 위해 온갖 시도를 해온 두산 장원준(38)이었다. 장원준은 5년 만에 승리를 따냈고, 승리 원동력은 과거에 썼던 힘들과는 달랐다. 이날 경기 호투한 장원준의 화두 또한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