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후유증 아냐” 박진만의 진단...원태인 부진 ‘원인’은 무엇? [SS포커스]
“WBC 후유증 아냐” 박진만의 진단...원태인 부진 ‘원인’은 무엇? [SS포커스]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WBC 후유증이라 할 수는 없죠.”
삼성 ‘영건 에이스’ 원태인(23)이 흔들리고 있다. 잘 던진 경기도 제법 많지만, 무너질 때 ‘확’ 무너지는 감이 있다. 직전 등판이 그랬다. 올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다. 일단 박진만(47) 감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유가 따로 있다.
원태인은 올시즌 8경기에서 46.1이닝을 소화하며 2승 3패,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중이다.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에도 10승 8패, 평균자책점 3.92를 찍었다. 이와 비교하면 더 좋지 않다.
들쑥날쑥한 것이 아쉽다. 지난 4월 5경기에 나섰는데, 6.2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2승을 올렸다. 나머지 3경기는 5이닝 3실점, 5이닝 4실점, 6이닝 5실점이다.
5월 들어 첫 두 경기에서 6이닝 3실점-6이닝 1실점으로 좋았다. 그러나 가장 최근 등판인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4.2이닝 6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특히 3회말 대거 5실점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매 시즌 성장했다. 2021년에는 26경기 158.2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6을 찍었다. 이때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 WBC다. 데뷔 후 처음 나갔다. 시즌 전에 열리는 대회이기에 빨리 준비해야 했다. 가서도 많이 던졌다. 평가전까지 포함하면 4경기에서 108구를 던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투수들이 있었기에 부하가 걸린 감이 있다.
WBC에 참가했던 거의 모든 투수들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원태인도 자유로울 수 없다. 원태인도 “선배님들이 ‘생각보다 힘들 것이다’고 하더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은 부정했다. “몸은 괜찮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 심리적인 부분이라 본다. 경험이 아직 많은 선수는 아니지 않나.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실점을 하면서 위축이 됐다. 몰린 공은 없었다. 상대가 잘 친 것이다”고 짚었다.
이어 “WBC 후유증이라 할 수는 없다. 캠프부터 준비를 잘했다. 난타를 당하기는 했지만, 그 전 경기에서는 잘 던졌다. 던지면서 적절한 변화를 주지 못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대신 쓴소리도 남겼다. “배터리의 분석이 중요하다. 경기 전에 하는 전력분석이 있지만, 경기 중에도 필요하다. 똑같은 패턴으로 가면 안 된다. 맞는 구종을 계속 쓰면 안 되지 않나. 간파됐다는 생각이 들면 즉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닝별 변화도 필요하고, 타석별 변화도 필요하다. 같으면 안 된다. 투수와 포수가 구질이 어떤지 보고, 변화구의 각도 봐야 한다. 그래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원태인의 공을 받은 강민호는 “(원)태인이가 못 던진 것은 아니다. 내가 반성하고 있다. 슬라이더의 경우 횡으로 흘러나가야 하는데 종으로 떨어진 감이 있다. 두산 타자들의 대응도 좋았다. 헛스윙이 돼야 하는데, 배트 끝에 걸리더라. 그러면서 꼬였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시속 140㎞ 후반에서 150㎞까지 나오는 묵직한 속구가 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있고, 슬라이더도 좋다. 간간이 커브를 섞는다.
결국 적절한 활용이 중요하다. 슬라이더가 안 된다 싶으면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속구를 적극적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7이닝 2실점으로 올시즌 가장 잘 던졌던 4월29일 KT전에서는 포심의 비중이 56.6%에 달했다. 이후 10일 한화전에서는 체인지업 34.0%-슬라이더 14.9%였고, 16일 KIA와 경기에서는 체인지업 22.9%-슬라이더 33.3%를 기록했다. 패턴을 바꿨다는 뜻이다.
두산전은 살짝 밋밋한 감이 있다. 오히려 포심은 올시즌 가장 적게 던졌고(37.3%), 슬라이더 29.4%, 체인지업 26.5%다. 한쪽이 안 되면 다른 쪽으로 갈 수 있는 투수인데, 이 대응이 기민하지 못했다.
일단 체력에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도 계속 지켜보고 있다. WBC 후유증이라기보다 일시적인 부진이라 보는 쪽이 타당해 보인다. 결국 해줘야 할 선수다. 원태인이 살아야 삼성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