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25년

"본받은 베테랑이 한 명 있었다" 국민 유격수, 박병호 홈런에서 '레전드 포수' 김동수를 떠올린 사연 [MD광주]

사비성 2025. 6. 16. 11:01

"본받은 베테랑이 한 명 있었다" 국민 유격수, 박병호 홈런에서 '레전드 포수' 김동수를 떠올린 사연 [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경현 기자] "본받은 베테랑이 한 명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가 역대 11번째 1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박병호의 홈런을 보고 박진만 감독은 김동수 현 서울고 감독을 떠올렸다.

박병호는 10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7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홈런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7회 주자 없는 1사에서 박병호는 네일의 2구 체인지업을 밀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쳤다. 41일 만에 터진 시즌 10호 홈런.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KBO리그 역대 11번째 1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작성했다. 2011년 13홈런을 시작으로 매 시즌 꾸준하게 10+홈런을 쳤다.(2016~2017년은 메이저리그 소속)

 

11일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홈런이 우중간으로 나와서 고무적이다. 좌월보다 우중월 홈런으로 나오면서 자기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나 느낌이 든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홈런 방향성"이라고 했다.

빠른 타이밍에 타격을 한다면 당긴 타구가 나온다. 타구를 당겨 담장을 넘기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공을 길게 보거나 타이밍이 밀리면 밀어친 타구가 나온다. 당긴 타구보다 힘을 전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에 밀어서 나온 홈런은 드물다. 절정의 타격감이 아니라면 밀어서 홈런을 치기가 쉽지 않다. 박진만 감독은 이를 언급한 것.

박병호는 "타격을 잘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아쉬웠다"라면서 "장타를 계속 쳐내야 하는 게 내 의무라고 여겨지고, 남은 시즌 경기에서도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에 대해 박진만 감독은 "저도 말년에 선수 생활 해봤지만 내려놓는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나이 먹으면 변화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안 된다고 생각하면 변화를 주고 노력해야 한다. 박병호도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역 시절 일화를 전했다. 박진만 감독은 "예전 본받은 베테랑 한 명이 있었다. 현대에 있을 때 김동수가 왔다"며 "(전성기 시절) 홈런을 많이 치고 4번 타자 역할을 했는데, 현대에 와서 방망이를 반토막 잡고 치더라. 그걸 보고서 '저런 대스타도 나이가 들면 변화를 줘야하는구나' 느꼈다. 한 시즌을 그렇게 치더라. 그때 3할을 쳤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이 언급한 시즌은 2003년이다. 2002년 김동수는 SK(현 SSG 랜더스) 소속으로 95경기 61안타 11홈런 타율 0.243으로 부진했다. 매년 2할 중반대 타율과 20홈런에 육박하는 성적을 냈기에 충격이 컸다. 시즌 종료 후 SK는 김동수를 방출했고, 김동수는 연봉 1억원을 받고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2003년 35세 시즌을 맞은 김동수는 117경기에 출전해 113안타 16홈런 타율 0.308로 완벽히 부활했다. 커리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3할 시즌이다.(규정타석 기준)

박진만 감독은 "나이 먹으면 변화하는 모습도 중요하다. 그 모습을 봤다. 고참도 자기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답했다.

스타일 변화로 커리어를 연장한 김동수는 2009년 41세의 나이로 유니폼을 벗었다. 마지막 시즌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으로 29경기에서 타율 0.368을 쳤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박진만 감독이 박병호에게 바라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