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35·SK)은 최근 트레이너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왼 무릎 부상에 감기 몸살, 오른 발목 상태도 좋지 않다. "괜찮아. 여기까지 왔고, 다들 열심히 뛰는데 나도 뭔가를 해야지." 박진만은 특유의 미소를 건네지만, 발을 내디딜때마다 찾아오는 통증 탓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기도 한다.
박진만은 9월부터 왼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3루수와 1루수를 번갈아 본 이유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유격수 자리로 돌아왔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박진만에게 고맙다. SK가 9월에도 순위싸움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3루수 최정이 부상을 당했다. 박진만도 몸이 안 좋은데, 3루수와 1루수로 나서며 경기를 소화했다"고 밝힌 뒤 "포스트시즌에서는 경험이 중요하지 않나. 박진만이 유격수로 나서는 것이 SK 내야진을 위한 최선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진만은 부상 속에서도 올 시즌 100경기에 나서 타율 0.282·6홈런·39타점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타율. 박진만은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괜찮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남은 아쉬움은 포스트시즌에서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박진만은 "현대(4회)와 삼성(2회)을 거치며 6차례 우승을 했다. SK에 와서 등번호 만큼,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이번 가을 시리즈. 박진만은 17일까지 6경기 모두 유격수로 선발출장했다. 이 사이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이 86경기로 늘었다.
박진만은 "기록이 문제인가. 성적이 문제지. 팀 분위기가 좋으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또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나도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진만은 "아직까지 한 것이 없다"고 손을 내젓지만 이 대행은 "박진만의 수비는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고 했다. 유격수 박진만이 주는 안정감이 SK 내야진을 차분하게 다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진만은 "수비만큼은 확실히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