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선양 기자]“진만아, 이번에도 네가 감독님을 도와드려야지”(김용달 코치).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몸이 안 좋아요. 괜히 갔다가 뛰지도 못해 짐이 될까 걱정입니다”(박진만).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유격수’ 박진만(30.삼성)이 ‘김재박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주저하고 있다. 박진만은 지난 30일 수원구장 현대전을 앞두고 친정팀인 현대 김용달 타격 코치와 그라운드에서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눴다.
김 코치는 기다렸다는 듯 박진만에게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006 아시안게임에 대표로 나가라고 권유했다. 김 코치는 박진만에게 현대 시절 깊은 애정을 보이며 오늘날 특급 유격수로 성장하도록 지원한 김재박 감독을 도와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서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러자 박진만은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허리가 정말 안 좋아요.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데 따라가면 짐만 될까 걱정입니다”라며 이번에는 대표팀 합류를 정중히 거절하고 싶다는 뜻을 살짝 내비쳤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김재박 감독은 공수를 겸비한 최고 유격수인 박진만의 대표팀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승을 위한 팀을 만들겠다”고 이미 공언, 군미필자들만을 고려한 팀보다는 최강 전력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환상적인 수비로 한국의 세계 4강 진출에 한 몫을 톡톡히 했던 박진만이 김 감독에게는 ‘꼭 필요한 선수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진만은 최근 허리가 좋지 않아 게임 출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올 시즌 종료 후에는 치료와 휴식을 바라고 있다. 박진만은 전반기 막판인 7월 제주 원정 후 허리 통증으로 게임 출장을 하지 못하다 후반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탓에 박진만은 아시안게임 출전은 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유격수로서 최고 수비를 자랑하는 박진만이 대표팀서 빠지게 되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대표후보들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다. 두산 손시헌, 롯데 박기혁, SK 이대수 등 군미필자로 이번 대표팀 출전을 지상과제로 여기고 있는 유격수들이 다수 포진, 박진만이 빠지면 그 공백을 메울 전망이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박진만의 불출장으로 대표팀에 선발될 기회가 더 넓어지는 호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부터 ‘부동의 대표팀 유격수’였던 박진만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태극마크를 달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