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박진만 역대최다 한국시리즈 42경기 출격 ‘KS맨’

사비성 2006. 10. 25. 00:25
박진만 역대최다 한국시리즈 42경기 출격 ‘KS맨’
[경향신문 2006-10-25 18:15]    

42경기. 정규시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삼성 박진만이 한국시리즈만 42경기에 뛰면서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현대 전준호가 갖고 있던 41경기.

박진만은 이번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 한국시리즈 39경기에 출전했고 25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 출전함으로써 42경기 출전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박진만은 현대에 입단한 1996년 이래 현대에서 5차례나 한국시리즈 그라운드를 누볐다. 신인이던 96년부터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활약한 박진만은 첫해 타율 1할1푼8리에 그쳤다. 팀도 덩달아 준우승에 그치는 아픔을 맛봤다.

그러나 98년부터는 달랐다. 한국시리즈에서 3할8리를 치며 날았다. 현대의 첫 우승을 함께 했다. 이후부터는 한국시리즈에 나갈 때마다 우승했다. 2000년, 2003년, 2004년 모두 정상에 올랐다.

2005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적한 첫해 한국시리즈에서 또다시 우승했다. 박진만으로서는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이쯤되면 우승을 몰고 다니는 사나이다.

삼성에서 정상의 감격을 가장 많이 누려본 사람은 선동열 감독. 85년 해태에 입단한 선감독은 86년부터 89년까지 4년 연속 우승을 맛봤다. 91년과 93년 우승을 추가해 선수 시절만 6회 우승.

만약 박진만이 2006 한국시리즈에서 또다시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4년 연속 우승과 6회 우승으로 선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박진만이 우승을 많이 한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특히 내야에서 이뤄지는 철벽 같은 수비는 1점이 중요한 승부처에서 더욱 빛난다. 경기의 흐름을 단번에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승부에 미치는 영향은 홈런 못지 않다.

올 12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LG 김재박 감독은 병역 미필자에 대한 배려요구를 애써 물리치고 박진만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단기전에서 그만큼 수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4년 삼성과 현대의 한국시리즈에서 배영수의 퍼펙트를 막은 것은 당시 현대에서 뛰던 박진만이 고른 볼넷이었고, 노히트노런 또한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박진만의 그림같은 수비에 막혀 배영수는 10이닝을 던지고도 승패가 없어 대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3월 WBC 아시아 예선에서 대만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4-2로 앞선 9회초 2루 베이스 위를 스치는 타구를 박진만이 슬라이딩으로 잡아냈기 때문이다. 그 공이 빠졌다면 승부는 알 수 없었고 WBC 4강신화도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박진만의 역할은 크다. 선동열 감독은 무엇보다 ‘수비’를 강조하는 야구를 한다. 42경기나 뛴 경험은 특히나 중요한 자산이다. 박진만의 글러브에 한국시리즈 패권의 향방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