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박진만, 또 한명의 가을 전설

사비성 2006. 10. 25. 00:26
박진만, 또 한명의 가을 전설
[스포츠서울 2006-10-25 11:33]    
올 가을 또 한명의 전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의 ‘꾀돌이’ 유격수 박진만(30)이 주인공이다. 소리소문없이 한국시리즈 최다 경기 출장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2차전까지 41경기에 나서 현대 전준호와 최다경기 타이를 이뤘다. 이제 3차전부터는 매 경기 출장이 42. 43. 44경기 등 신기록으로 이어진다. 최다출장과 더불어 따라온 기록은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사사구다. 지난해까지 22개를 기록했고 올해도 1차전에서 4회 고의 4구로 걸어나갔다

그야말로 한국시리즈의 사나이다. 1996년 현대에 입단한 첫해 곧바로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더니 올해까지 프로 11년 가운데 여섯해나 한국시리즈 큰 무대를 누볐다. 그 가운데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5차례나 된다.

사실 몇해전만 하더라도 1996년 해태시절 이순철이 세운 36경기 최다출장 기록이 당분간 깨지지 않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4년 현대가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9차전까지 치르면서
이순철의 기록이 일순간 역사책 속으로 사라졌다. 현대 전준호 김동수가 각각 41. 40경기를 기록하며 단숨에 이순철 기록을 뛰어넘었고 박진만도 그해 35경기로 랭킹 4위를 마크했다.

이후 현대는 두해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박진만 개인은 계속해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바로 2004년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가 돼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삼성이 두해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것이다.

이적 첫해인 지난해는 전훈 도중 손등 부상으로 페넌트레이스 출장시기가 다소 늦어져 ‘먹튀’논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빈틈 없는 거미줄 수비로 팀의 4전 전승 우승을 견인해 이같은 논란을 잠재웠고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전경기에 출장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도왔다.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팀의 첫 안타를 뽑아내 팀 승리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 역할도 해냈다.

삼성이 그를 주저없이 영입한 이유도 이처럼 큰 경기에 강한 재질을 탐냈기 때문이다. 시드니올림픽 동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크게 부각되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탄탄한 내야수비와 공격에서도 큰 경기 경험에서 나오는 게임리딩 능력이 탁월하다.

이제 나이 서른. 박진만이 쓰는 ‘가을의 전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