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삼성 박진만 ‘진정한 우승청부사’

사비성 2006. 10. 31. 22:14
삼성 박진만 ‘진정한 우승청부사’
[데일리안 2006-10-31 17:40]    
한국시리즈 MVP 박진만
프로 11년 동안 6번 우승..최근 4년 연속..


[데일리안 이상학]삼성 유격수 박진만(30)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박진만은 29일 끝난 한화와의 200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 선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적인 유격수’라는 극찬을 받은 박진만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놀라운 수비력과 알토란같은 타격으로 삼성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진만의 전성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데일리안 스포츠 ⓒ NEWSIS

사실 박진만은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한동안 ‘먹튀’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2004년 11월, ‘4년 39억’의 메가톤급 FA 계약 체결 때부터 ‘박진만 가치’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진만은 이적하자마자 전지훈련 도중 손등 부상으로 삼성 데뷔전도 늦어졌다. 박진만이 결장하는 동안 백업 김재걸이 기대이상으로 맹활약, 급기야 ‘박진만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하지만 박진만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복귀와 동시에 안정된 수비력과 쏠쏠한 방망이 솜씨로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견인하더니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빈틈없는 완벽수비를 과시하며 4전 전승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또한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의 숨은 주역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박진만은 한층 더 위협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WBC를 통해 명성을 드높인 박진만은 시즌 개막과 함께 만만찮은 타격감을 나타냈다. 삼성은 시즌 초반 양준혁을 제외한 타자 전원이 집단 슬럼프에 허덕이며 고전했지만, 그 기간을 박진만이 잘 메워줬다. 5번 타자로도 배치되며 찬스에서 타점을 쓸어 담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박진만은 팀 내에서
양준혁 다음 가는 최고 타자였다. 홈런(11), 타점(65), 장타율(0.432) 모두 양준혁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장타 부재에 시달리던 삼성에 심심찮게 터뜨린 박진만의 장타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게다가 결승타를 10개(1위 양준혁-13개)나 때려내며 찬스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타율(0.283), 안타(108), 득점(54), 출루율(0.380)은 팀 내 3위. 빠른 발은 아니지만 특유의 센스로 도루도 10개나 해냈다.

본연의 임무인 수비는 더없이 완벽했다. 실책이 8개밖에 되지 않는다. 올 시즌 80경기 이상 유격수로 출장한 선수들 중 가장 적은 실책. 대구구장이 딱딱한 인조잔디라 부상 위험도도 높고 수비하기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삼성 이적 두 번째 해를 맞은 만큼 특유의 수비 센스와 적응력으로 극복했다.

◇ 데일리안 스포츠 ⓒ NEWSIS
박진만의 가치는 큰 경기에서 더욱 빛났다. 한국시리즈 6경기 모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박진만은 타율 2할8푼(25타수 7안타), 2타점, 4득점을 올렸다.

3차전 결승타 및 4차전 결승득점이 포함되어 있다. 4차전 결승득점 이전에는 허를 찌르는 도루로 상대 마운드를 흔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박진만의 최강무기는 수비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박진만은 방망이보다글러브 질로 더 빛났다.

대구-대전-잠실 등 각기 다른 특색의 구장에서 6경기를 치렀음에도 박진만은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는 ‘그물망’ 수비를 보여줬다.

빠른 타구판단에 이은 위치선정으로 안타성 타구를 모조리 걷어냈고, 특유의 센스로 상대 주자들을 묶고 잡아냈다. 박진만의 완벽한 내야수비에 한화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선동열 감독은 “처음에는 수비만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타자였다. 중요한 순간에서 타점도 많다.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다. 볼카운트 상황에 대처할 줄 알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있다. 한 마디로 야구에 대한 센스가 탁월하다”며 박진만을 치켜세웠다.

한국시리즈 최다경기 출전(45경기) 기록이 말해주듯 박진만은 ‘한국시리즈의 사나이’다. 현대에서 데뷔한 1996년부터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박진만은 프로 11년 동안 무려 7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이 중 6번이나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심정수와 함께 최근 4년 연속 우승을 일궈낸 유일한 선수가 박진만이다. 이만하면 ‘진정한 우승청부사’라 할 수 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우승반지를 보유한 주인공은 해태의 전성기를 이끈 이순철 전 LG 감독(7회). 이제 30줄에 접어든 박진만은 이 전 감독의 기록을 충분히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