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인사이드]박진만·엑스타인, 작은 유격수들이 이룬 큰 MVP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유격수 박진만(30)은 처음으로 세이브에 나선 박찬호(33)를 살려냈다. 자칫 블론 세이브(Blown Save) 기록할 수 있었던 순간 박진만은 2루 베이스 뒤까지 커버하는 신기의 수비를 펼쳤다.
한국 야구가 4강 신화를 이룩한 WBC 후 ESPN의 컬럼니스트 피터 개몬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당장 통할 수 있는 수준의 수비 실력"이라고 박진만을 평가했다. 그의 극찬을 들으면서 50%는 정치인들과 미국인들이 특히 잘하는 '립 서비스(lip service)'라는 생각에 웃었다.
메이저리그 정상의 유격수들이 누구인가. 1996년과 1998∼2000년 등 모두 4차례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가 있고, 지금은 양키스에서 3루를 지키고 있으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존재한다. 보스턴 시절 데릭 지터와 최고 자리를 다투었던 노마 가르시아파러(LA 다저스), 그리고 현재 볼티모어에서 뛰고 있는 미구엘 테하다 등이 버티고 있다.
이중 가장 처지는 듯한 테하다가 박진만과 동갑이다. 키는 박진만(177㎝)보다 2㎝가 작지만 체중은 98㎏에 달하는 거구다. 오클랜드에서 2002년 아메리칸리그 MVP였으며 2004년 자유계약선수(FA)로 6년간 총액 7200만달러에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첫해 34홈런과 150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1996년 현대에 입단한 박진만이 2004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4년간 총액 39억원에 계약했음을 고려하면 경력이 비슷하다. 그러나 박진만에게서 지터, 로드리게스, 가르시아파러, 테하다 급의 거구(big)와 파워(power)를 떠올리기 힘들다.
28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2006 월드시리즈 MVP로 아무도 예상 못한 카디널스 유격수 데이비드 엑스타인(31)이 선정됐다. 체구를 거론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그는 키가 170㎝ 밖에 되지 않는다.
체중도 75㎏으로 신체 조건이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이라는 유격수들은 물론 박진만에게도 뒤진다. 어깨는 어떤가. 엑스타인이 땅볼을 잡아 1루에 송구하는 것을 보면 오른 팔을 높이 쳐들고 달려가면서 온 힘을 다해 던진다. 도무지 메이저리그 유격수 같지가 않다. 경력도 미천하다.
플로리다 대학 출신인 그는 199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방출되다시피해서 2001년 애너하임 에인절스로 이적했다. 마침내 2002년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의 밑거름이 되면서 비로소 메이저리그급 선수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2004 시즌이 끝나고 또 한번 큰 상처를 입었다. 에인절스가 조정 신청 자격을 갖춘 엑스타인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몬트리올과 보스턴을 거친 올란도 카브레라를 4년간 총액 3200만달러에 영입했다. 데이비드 엑스타인은 할 수 없이 세인트루이스와 3년간 1000만달러에 계약했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 동안 왼쪽 갈비뼈, 어깨, 햄스트링 부상 등을 감독에게까지 숨기고 뛰었다. 오죽하면 그가 MVP 수상 소감에서 세인트루이스 트레이너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모두 부르면서 특별한 감사를 표시했겠는가.
엑스타인이 MVP가 된 다음 날인 29일 삼성의 유격수 박진만이 한국시리즈에서 MVP로 선정된 후 상금 1000만원을 불우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두 선수 모두 "내가 뽑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며 겸손해 했다.
작은 그들이 땀과 눈물로 이룬 큰 영광은 많은 이들에게 꿈을 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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