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센터라인' 한국 야구대표팀의 힘 [올림픽 야구]

'막강 센터라인' 한국 야구대표팀의 힘 [올림픽 야구]

기사입력 2008-08-12 10:26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야구에서 팀과 리그의 야구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수비다. 하지만 수비는 타격과 달리 정확한 수치를 얻어내기 어렵다. 비록 기록에는 나타내기가 쉽지 않지만 수비 하나로 인해 팀이 웃을 수도, 때로는 울 수도 있다. 마운드와 타격의 연쇄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경우가 바로 어이없는 수비가 나올 경우다.

특히 올림픽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수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실책 하나가 경기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다. 이런면에서 볼 때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센터라인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흔히 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를 일컫는 센터라인은 여러가지 수비 포지션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 완벽에 가까운 센터라인을 보유한 한국 대표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센터라인은 진갑용-고영민-박진만-이종욱(이택근,이용규)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외야수의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높지만 포수 자리와 키스톤 콤비 자리는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진갑용과 고영민, 박진만이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진만-고영민으로 구성되는 키스톤 콤비는 화려함과 안정감을 모두 갖췄다. 올시즌 부상 등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진만이지만 그는 여전히 국내에서 '최고 유격수'다. 유격수 자리는 어느 포지션보다 수비가 중요시되는 곳이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백업 유격수로 김민재를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을 잡자마자 부드럽고 빠르게 이어지는 박진만의 송구는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

박진만의 짝인 고영민은 어깨와 수비범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흔히 2루수는 유격수나 3루수에 비해 어깨가 약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고영민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넓은 수비 범위로 '2익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키스톤 콤비에 비해 눈에 띄지는 않지만 포수와 중견수 자리도 든든하다. 포수 진갑용의 풍부한 국제무대 경험은 이번에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투수진이 1978년생인 정대현이 최고참일 정도로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 외야 중 유일한 센터라인인 중견수 자리는 이종욱과 이택근, 이용규 중 누가 맡더라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들은 강한 어깨, 빠른 발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다.

▲ 센터라인 선수들, 공격에서도 중요한 역할

이들의 역할은 비단 수비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공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비록 김경문 감독이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4번(이승엽)-5번(김동주)-6번(이대호) 자리는 아니지만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순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제 아무리 중심타선이 강하다하더라도 테이블 세터와 하위타순이 약하다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경기를 풀어가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반면 테이블 세터가 투수를 괴롭히며 출루하고 하위타순에서 뜬금없이 장타가 터진다면 상대팀으로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대부분의 경기에 1번 타자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종욱을 제외한 고영민, 진갑용, 박진만은 하위타순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이 들의 중요성은 테이블 세터와 중심타선 못지 않다. 이들이 타선에서도 제 역할을 해줄 경우 한국팀은 순풍에 돛단듯 경기를 풀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공격의 맥이 계속 끊길 가능성이 크다.

희망적인 부분은 이들이 공격에서도 언제든지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 진갑용은 올시즌에 2004년 24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기록하고 있으며 타율도 .280에 이른다. 박진만의 경우 시즌 타율은 .224에 불과하지만 마지막 5경기에서 8개 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400을 기록할 정도로 점차 타격감을 찾던 상황이었다. 또한 풍부한 경험과 타석에서 상대방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능력도 갖고 있다.

9번 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큰 고영민의 경우에는 올시즌 초반까지 팀내에서 중심타선을 맡을 정도로 일발장타력을 갖추고 있다.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야구 대표팀. 이들에게 어느팀에도 뒤지지 않는 센터 라인이 있어 더욱 든든하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센터라인을 든든히 지키는 포수 진갑용, 2루수 고영민, 유격수 박진만, 중견수 이종욱(왼쪽부터). 사진=마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