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격수 박진만(32)는 '국민 유격수'로 불린다. 빼어난 수비를 앞세워 부동의 국가대표 유격수로 각종 국제대회를 누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때 박진만의 명품 수비는 일본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라는 표현은 '박진만급 수비'라는 말로 대체됐다.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첫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쿠바와 결승전에서 3-2로 앞선 9회 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병살 처리를 하며 금메달을 확정하던 장면은, 8년 전 2000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결정짓던 그것과 오버랩됐다.
그러나 타격쪽으로 옮겨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국가대표 가운데 최저 타율이었다. 올림픽 장도에 오를 때 시즌 타율이 0.224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6월 말 허리와 어깨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는 등 부진했을 때 1할대에 머물던 것을 7월 타율 0.310(58타수 18안타)로 끌어올려 회복한 성적이었다. 올림픽에서도 일본과 준결승전까지 무안타였다. 쿠바와 결승전에서 2-1로 앞서던 7회 2사 뒤 첫 안타를 치고 이용규의 2루타때 득점까지 올린 것이 유일했다.
올림픽을 끝내고 리그를 재개한 뒤 한달이 흘렀다. 박진만의 타율은 0.224에서 0.231로 조금 올랐을 뿐,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최근 활약상을 보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하다. 이달 들어 타율 0.326(43타수 14안타)으로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고, 최근 5경기에서는 0.421(19타수 8안타)로 아주 좋다. 최근 8경기 가운데 최근 3연속 경기 멀티히트 등 5경기서 2개 이상 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선동열 감독이 "꼭 이겨야한다"며 필승을 다짐했던 18일 KIA전과 21일 LG전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KIA전에서 4타수 2안타 4타점, LG전에서도 3-3으로 맞선 연장 11회 초 1사 2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3루타 등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박진만의 맹타는 24일 대구 롯데전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5-2로 앞선 3회 2사 1·2루에서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7-4로 쫓기던 6회 1사 만루에서도 중전 적시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뽑아냈다.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의 만점 활약이었다. 박진만이 세경기서 9타점을 올리며 '해결사'로 나서는 사이 삼성은 3연승했고 4위 경쟁에서도 아주 유리한 고지에 서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