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박진만(32)은 올해 지난 2005년 삼성 이적 후 최악의 한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거를 능가하는 명품수비는 정평이 나 있지만 거듭된 잔부상 등으로 타격감이 곤두박질치며 물 먹은 솜 방망이마냥 빈타에 허덕였다. 올림픽에서 그물망 수비로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데 선봉이 됐지만 방망이는 계속 헛돌았다. 그렇지만 팀이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느냐 마느냐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방망이가 다시 힘을 내며 삼성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올 시즌이 끝나면 또 한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박진만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수비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해 100경기 이상을 뛴 8개 구단의 주전 유격수 중 유일하게 한자리수(9개) 실책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된 수비실력을 뽐내고 있다. 올림픽 출전 직전 허리와 어깨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는 등 최악의 몸 상태였던 그는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병살 처리를 하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올림픽 직전까지 0.224에 불과하던 타율도 올림픽 직후 후반기에선 0.297의 불방망이로 변신했다. 시즌 타율은 0.240에 머물러있지만 후반기의 부활 기세는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의 대반전을 기대하게하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지난 한 주 그의 방망이는 더욱 불을 뿜었다. 5경기에서 16타수 8안타 4타점 5볼넷으로 0.500의 타율을 기록하며 주간 타율 1위에 올랐다. 24일 대구 롯데전에서는 5-2로 앞선 3회 2사 1·2루에서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7-4로 쫓기던 6회 2사 만루에서도 중전 적시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뽑아냈다. 삼성이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정지은 28일 두산전에서도 3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으로 승리의 특급 도우미가 됐다.
이런 활약을 바탕삼아 박진만은 스포츠서울이 선정하고 스포츠토토가 후원하는 9월 네째주 스포츠토토 주간 MVP에 뽑혔다. 7이닝 1실점 호투로 16승을 올린 SK 투수 김광현과 타율 0.360에 7타점을 올린 두산 김현수가 경쟁상대였지만 팀 공헌도에서 박진만의 손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