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베테랑들을 믿었다" 선동렬의 베테랑 신뢰

사비성 2008. 10. 8. 15:48
"베테랑들을 믿었다" 선동렬의 베테랑 신뢰
OSEN  기사전송 2008-10-09 10:12 
 
[OSEN=부산, 이상학 객원기자] "역시 큰 경기에서 베테랑들이 해줄 것으로 믿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흡족한 표정이었다. 지난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12-3 대승으로 이끈 선 감독은 그 원동력을 베테랑 선수들에게서 찾았다. 선 감독은 "역시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 선수들이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진갑용이 베이징 올림픽에 다녀온 이후 시합을 못했는데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살아났다"고 진갑용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갑용(34)의 4번 배치는 선 감독의 역작 중 하나였다. 올 시즌 내내 4번 타자로 활약한 박석민으로 하여금 큰 경기에서 막중한 짐을 덜어주고 초반 강공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타순을 2번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4번 타자 중책을 경험 많은 진갑용에게 맡겼다. 진갑용이 롯데전에 강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었다. 올 시즌 진갑용은 롯데를 상대로 15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2홈런·7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사직 5경기에서도 타율 5할4푼5리·1홈런·4타점.

선 감독은 "(진)갑용이가 쉴만큼 쉬었으니 한 번 해줘야 한다. 롯데를 상대로 데이터가 좋았다. 고향에서 팬관리를 해서인지 상당히 성적이 좋았다. 타격도 그렇지만 투수리드도 기대하고 있다. (배)영수가 직구보다는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대로 적중됐다. 진갑용은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1회 우전안타 때 2루 주자 박한이가 홈에서 그만 아웃되며 타점을 하나 날린 것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포수 본연의 역할이 훌륭했다.

직구 구속이 떨어진 배영수와 호흡을 맞춰 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변화구 위주의 볼 배합으로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잘 끄집어냈다. 진정한 공수 겸장 포수로 위력을 떨쳤다. 물론 하늘은 공평하다. 신은 그에게 최고의 공수능력과 함께 최악의 주력을 선물했다. 3회 유격수 쪽 타구는 안타성이었지만 진갑용이 워낙 느린 주력과 허벅지 부상 여파로 넉넉한 세이프 타이밍에도 아웃되고 말았다. 하지만 진갑용의 부상을 참고 달린 느릿느릿한 1루 질주에 덕아웃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될 정도로 삼성은 큰 경기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진갑용의 진루타 이후 삼성은 대거 6점을 추가했다.

박한이와 박석민 그리고 배영수-진갑용 배터리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양준혁(39)도 한결같았다. 3번 타자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 양준혁은 5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으로 불방망이를 돌렸다. 좌측, 가운데, 우측으로 골고루 타구를 보낼 정도로 특유의 부챗살 타법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선동렬 감독은 카림 가르시아가 경기 전 배팅연습에서 우측으로 타구를 연속해서 넘기자 "우리 양준혁도 경기 전에 마음만 먹으면 담장 밖으로 10개 중 6개는 넘긴다. 파워에서도 전혀 뒤질 게 없다"며 여전히 믿음을 보낸다.

유격수 박진만(32)과 외야수 김창희(35)도 1차전 대승의 숨은 공신이었다. 6번 타자 겸 유격수로 나온 박진만은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희생플라이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수비에서도 유격수 쪽으로 향해 날아온 타구 4개를 동네 산책하듯 가벼운 발놀림으로 물흐르듯이 처리하며 완벽한 안정감을 보여줬다. 8번 타자 김창희도 3타수 1안타 2득점을 올렸는데 첫 두 타석에서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 2개를 얻을 정도로 팀플레이를 했다. 수비도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감쪽 같다. 양준혁이 "최고의 외야수비"라고 추켜세울 정도다.

선동렬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수들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아서 다들 잘할 것이다"고 믿었다. 선 감독은 1차전 대승으로 보답받았다. 선 감독은 "사실 단기전하면 나 역시도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큰 경기를 한두 번 해본 선수들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베테랑들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을 엿보였다.

선 감독은 "즐기자는 자세로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다음 경기도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어느덧 우리나이로 서른살이 돼 베테랑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박한이는 "데뷔 후 8년간 쭉 포스트시즌에 출전해 긴장감보다는 야구가 즐겁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즐겁고 편하게 느껴진다"며 말했다. 삼성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의 선창 아래 '축제의 계절' 가을을 맘껏 즐기고 있다.

'기사 > 2008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련한 사자’ 적지서 2연승  (0) 2008.10.09
박진만, 한점 더 도망가고!  (0) 2008.10.08
[MD포토]박진만, '외야플라이로 가볍게 역전'  (0) 2008.10.08
[사진]박진만,'역전이라고!'  (0) 2008.10.08
[한마디]  (0) 200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