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프로야구> 명품 유격수 박진만, 방망이로 날았다

사비성 2008. 10. 9. 12:10

<프로야구> 명품 유격수 박진만, 방망이로 날았다

기사입력 2008-10-09 22:51
 
(부산=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메이저리거도 울고 갈 '명품 유격수' 박진만(32.삼성)이 사직구장 왼쪽 펜스를 직접 때리는 시원한 2루타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박진만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2로 팽팽하게 맞선 7회초 1사 만루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최향남의 몸쪽 꽉 찬 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펜스를 직접 맞고 나오는 2루타로 박석민과 양준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4-3으로 이기면서 박진만의 안타는 결승타가 됐다. 1차전에서도 1-1이던 3회초 1사 만루에서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올린 그는 두 경기 연속 결승타로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타점을 21개로 늘렸다.

전 타석까지 삼진, 파울 플라이, 유격수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던 박진만은 찬스가 오자 베테랑의 관록을 발휘해 승부를 가르는 적시타를 생산했다. 4타수1안타 2타점의 성적.

이효봉 KBS N 해설위원은 "박진만의 관록이 아니었다면 안타를 때릴 수 없는 타구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삼성이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박진만만큼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많이 낀 선수가 없다.

현대 시절이던 1998년과 2000년, 2003년과 2004년 네 차례나 우승을 일궜던 박진만은 2004년 말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에 이적한 뒤 트레이드 마크인 물샐 틈 없는 수비로 2005년과 2006년 연거푸 삼성을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며 진정한 '알짜 FA'. '우승청부사'라는 명예를 얻었다.

드림팀이 결성될 때면 그는 언제나 첫 손에 꼽히는 인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그해 말 도하 아시안게임, 올해 베이징올림픽 대표팀까지 그는 글러브 하나만으로 대표팀 내야를 든든히 지킨 파수꾼이었다.

그러나 시즌 내내 잦은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시즌 타율 0.244, 홈런 5개 38타점에 그쳤던 그는 시즌 막판 회복했고 포스트시즌에서 예의 부지런함을 되찾았다.

올림픽 무렵 팔꿈치 통증으로 수비 범위가 줄었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박기혁과 매치업에서 훨씬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물흐르듯 유연한 그의 포구와 송구는 1,2차전에서 두 차례 병살 수비로 잘 나타났다.

3루수 이대호가 수비 범위가 좁다 보니 박기혁은 3.유간과 2루수 사이 광활한 범위를 지키느라 고전할 수밖에 없었고 1차전에서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1차전에서 3타수1안타, 1타점을 올렸던 박진만은 2차전에서도 안정된 수비로 먼저 팀에 기여한 뒤 결정적인 한 방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박진만의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삼성은 채태인, 김창희, 조동찬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도 연쇄 폭발하는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 후 4년 FA 계약이 끝나는 박진만을 서둘러 잡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