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테마록]'박진만 표 명품 수비'가 운이 아닌 이유

[베이스볼 테마록]'박진만 표 명품 수비'가 운이 아닌 이유

기사입력 2008-10-20 10:15 

▲ 박진만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대구=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운이 많이 따른 경기였다." 선동렬 삼성 감독이 1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남긴 소감이다. 선 감독은 "고비때 마다 두산 타자들의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 덕에 이겼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이 꼽은 대표적인 '운 좋은' 장면은 3회와 8회 였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김현수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한 덕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두번 모두 운이 아니었다. 선 감독도, 또한 그 공을 잡은 야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현수의 타구를 두번 모두 걷어낸 것은 바로 삼성 유격수 박진만이다. 3회엔 땅볼 아웃, 8회엔 직선 타구를 훌쩍 뛰어올라 잡아냈다.

박진만은 김현수를 막기 위해 수비 위치를 미리 2루 방향으로 옮겨 놓았다. '김현수의 잘 맞은 타구가 가장 많이 향하는 곳' 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김현수의 타구는 왜 '3-유'간 보다 '2-유'간으로 더 많이 향하는 것일까.

박진만은 이에 대해 "김현수가 워낙 좋은 타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상적인 스윙 궤적이 타구 방향을 확률적으로 안타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위치로 만들어 간다는 뜻이다.

박진만은 "수비 위치는 타자의 방망이 나오는 각도나 성향 등을 파악해서 결정한다. 김현수의 경우 스윙이 몸에 바짝 붙어 나오는 이상적인 폼을 갖고 있다. 또 배트 컨트롤이 좋아 바깥쪽 공도 잡아 당겨 2루쪽으로 타구를 만들 줄 아는 타자다. 투수가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또 변화구건 직구건 가리지 않고 한결같은 타구를 때려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또 한가지 궁금증. 김현수와 비슷한 유형의 타자들은 모두 2루 쪽으로 수비위치를 잡아야 할까. 박진만의 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장성호(KIA)도 스윙 각도가 좋은 타자다. 특히 투수들이 쉽게 몸쪽 승부를 못하는데 장성호는 이런 투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바깥쪽 공은 쉽게 툭 밀어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장성호가 타석에 들어서면 3루쪽(3-유간)으로 가 있는 것이 좋다."

박진만은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 "내겐 비밀무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무기는 바로 이와 같은 데이터의 축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박진만은 "처음엔 코치님이 지시하는 곳에만 가 있었다. 그러나 3,4년 정도 하다보니 타자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따로 정리 하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으로 하나 하나 정리해 둔다. 큰 경기를 앞두게 되면 그동안 파악했던 것을 다시 한번 정리해 들어간다. 내가 잘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전부이고 그게 무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