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치 못한 발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23일(한국시각) 박진만의 최종엔트리 제외를 발표하는 순간, 현장의 기자들은 모두 놀랐다. 전날까지도 "일단 최종엔트리에 넣고 엔트리를 바꿀 수 있는 3월3일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던 김 감독이다. 하지만 "팀워크를 위해서도 그렇고 부상 선수 없이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이날 설명했다.
결정은 났지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박진만 없는 대표팀 내야, 과연 어떻게 꾸려질까. |
▶손시헌은 없다
우선 의문이 가는 대목이 손시헌이다. 김 감독은 "하던 선수들을 그대로 갖고 간다"며 "손시헌은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손시헌은 김 감독이 박진만 대체후보 1순위로 꼽은 선수다. 그동안도 "만약 박진만이 못 뛰면 손시헌을 주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박기혁은 백업요원이다"라고 해왔다. 하지만 이날 "주전 유격수는 박기혁이다"라고 했다. 갑자기 계획이 바뀐 이유가 뭘까.
선수 활용폭 때문이다. 만약 손시헌을 부를 경우 3루수 중 한명을 빼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어제까지도 이범호를 빼고 그냥 손시헌을 부를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그럴 경우 3루수가 최 정 한 명밖에 남지 않는다. 추신수가 지명타자로 뛰고 이대호가 3루로 갈 경우 문제가 된다. 수비를 위해 이대호를 교체하면 남은 3루수가 한 명도 없게 된다. 그러면 3루수 타순에서 대타나 대주자를 내보낼 때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손시헌이 최종적으로 김 감독의 계산에서 빠진 이유다.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김 감독이 생각하는 내야라인을 이렇다. 유격수 박기혁, 2루수 고영민, 3루수 이범호(최 정), 1루수 김태균(이대호)다. 이럴 경우 유격수에 문제가 생기면 사실 골치가 아프다. 현 대표팀 구성상 전문 유격수는 박기혁 혼자 뿐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현재로서는 여러가지 포지션을 보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정근우와 최 정이 유격수 백업요원으로 뛸 것"이라고 했다. 또 "3루는 이대호가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시도는 이미 연습경기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19일 첫 연습경기서는 정근우와 최 정이 유격수를 맡았다. 23일에도 선발 유격수 박기혁에 이어 4회부터 최 정이 그 자리를 맡았다. 이날 선발 3루수는 이대호였다. 김 감독은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실험중이다. 박기혁은 처음에 옆구리 통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다. 앞으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기전력 나주환 추가
현재로서는 최종엔트리가 변경될 가능성은 없다. 3월3일까지 교체할 수 있지만 부상선수에 한해서다. 45명 예비엔트리도 3월3일까지는 5명까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부상이 있는 선수는 없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45명 예비엔트리에 유격수 나주환(SK)을 추가했다. 대신 김병현을 뺐다. 김병현의 이번 WBC대표팀 재발탁 가능성을 완전히 없앤 것이다. 그러면서 나주환을 넣은 것은 그야말로 만약을 위해서다. 혹시 부상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선택의 폭을 넓혀놓자는 의도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28명의 최종엔트리가 그대로 WBC에 뛴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