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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체육부 임종률 기자] 국민유격수 박진만(33 · 삼성)이 결국 하차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김인식호'의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에 우려의 눈길이 가고 있다.
하와이 전지훈련 중인 WBC 대표팀은 23일 박진만을 제외한 대표팀 28명을 최종확정했다. 끝까지 오른어깨 부상 중인 박진만의 회복을 기다리던 대표팀이기에 꽤 의외의 결정이다. 박진만은 지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 수비의 핵으로 활약해왔다.
2000년 시드니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지난 2006년 WBC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50경기를 소화했다. 시드니대회 일본과 동메달결정전과 베이징대회 쿠바와 결승전은 박진만의 수비에 의해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WBC에서 그림같이 매끄러운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감탄할 만큼 명품이었다.
박진만 때문에 한국은 수비만큼은 어느 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내외야 수비진은 물론 투수진까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기적을 바란다"며 기다렸던 이유다. 김감독은 손혁 인스트럭터 등을 박진만 재활 전담 도우미로 붙이는 등 정성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부상없이 가는 게 낫다는 판단 하에 박진만이 끝내 제외됐다.
다소 미덥지 못하지만 남은 선수들도 꾸려가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감수한 부분이다. 주전유격수는 일단 롯데 박기혁(27)으로 결정됐지만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출전이 프로 데뷔 후 유일한 국제대회 경험이다.
지난해 박진만을 제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긴 했지만 롯데 돌풍의 후광을 입은 바가 적잖다. 단순비교는 어려우나 지난해 정규리그 113경기에서 18개의 실책으로 104경기 9개의 박진만에 비해 배나 많다. 회복이 되긴 했지만 롯데 전지훈련 도중 옆구리 부상을 입기도 했다.
대표팀은 박기혁의 대안으로 나주환(SK)을 45명 명단에 넣었다. 그러나 나주환은 지난해에야 주전유격수로 활약했다. 이외 정근우, 최정(이상 SK)은 팀에서 2루와 3루를 주로 맡았다.
과감하게 박진만을 빼는 승부수를 던진 '김인식호'. 남은 유격수 자원들이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WBC까지 수비 불안을 씻을 수 있도록 연습경기 등에서 실력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