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9년

삼성, 김상수 실수에 '박진만 공백' 체감

사비성 2009. 5. 16. 21:28
삼성, 김상수 실수에 '박진만 공백' 체감
2009-05-16 오전 10:24:23
 

[OSEN=박현철 기자]수비 시프트를 유연하게 구축할 수 있는 뛰어난 유격수는 경기의 숨은 지배자와 같다. 수비력이 좋은 유격수를 가리켜 '한 시즌 15승 급 투수'와 동급으로 놓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근 4연패 늪서 허덕이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에 15일 잠실 두산 전은 주전 유격수 박진만(33)의 공백을 확실하게 체감케 한 경기였다. 경기 초반 어깨 통증을 호소한 박진만이 신인 김상수(19)와 바통 터치한 이후 김상수가 저지른 실책성 수비가 모두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어깨 통증으로 인해 송구에 어려움을 겪었던 박진만은 15일 1회말 수비에만 나선 이후 2회초 타석에 들어서기 전 코칭스태프에 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밝혔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또다시 출장에 제약을 준 것.

지난 2월에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두고 어깨 부상으로 인해 최종 엔트리서 제외되었던 박진만은 오른 어깨 회전근이 일부 파열된 동시에 관절을 감싸는 관절낭 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착실하게 재활 과정을 거쳤으나 개막 후 경기가 이어지며 다시 통증이 일어났다. 아무리 수비 시프트를 탁월하게 구축한다고 해도 송구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주전 박진만을 대신해 다급하게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투입된 김상수는 공,수 양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팀을 연패 수렁서 구해내지 못했다. 선배들과 2개의 병살을 합작하기도 했으나 중요한 순간 아웃 카운트를 늘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김상수는 2-0으로 앞선 2회말 무사 1루서 임재철(33)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놓쳐 무사 1,3루 위기를 자초했다. 두산은 이후 손시헌(29)의 삼진 직후 임재철-최준석(26)의 '딜레이드 더블 스틸'로 한 점을 만회하며 추격 의지를 보여줬다.

2-2로 맞선 4회말서는 안정감 있는 수비가 아쉬웠다. 4회 무사 1루서 손시헌의 타구를 잡아낸 김상수는 베이스 태그 후 병살을 이어가려다 글러브서 공이 빠져나가는 불운을 맛보았다. 1루 주자 임재철의 스타트가 빨랐던 만큼 타자 주자 손시헌을 처리하려다 공을 저글하고 말았다.

공이 튀어올랐다가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사이 손시헌은 이미 1루를 밟았다. 최승환(31)의 희생 번트로 각각 2,3루에 진루한 손시헌과 임재철은 김재호(24)의 우익수 방면 2루타에 모두 홈을 밟으며 결승점과 쐐기점을 올렸다.

올시즌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상수는 분명 앞으로의 성장세가 더욱 기대되는 유망주다. 야구 센스를 바탕으로 한 포구, 송구와 도루 능력에 있어서는 이미 다른 프로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으나 15일 그의 모습은 너무나 아쉬웠다.

좋은 유격수는 천부적인 재능과 부단한 노력이 조합되었을 때 그라운드서 밝은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1996년 현대서 데뷔한 이후 엄청난 연습을 통해 국내 최고 유격수로 우뚝 선 박진만의 결장은 '새내기' 김상수에게 잊을 수 없는, 값지고 쓰디 쓴 경험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