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제494호] 2005시즌 ‘FA 1년차 징크스’재연될까

사비성 2005. 7. 1. 12:37
[제494호] 2005시즌 ‘FA 1년차 징크스’재연될까
| 2005·06·27 14:43 | HIT : 159 |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맘 달라 "음매 기죽어"

 
팀당 126경기씩 모두 504경기가 치러지는 2005프로야구가 21일까지 절반이 넘는 경기를 소화했다. 정확하게 반환점은 돌았다. 그렇다면 올해는 달라졌을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부문이 있다. 바로 지난해 말 FA(자유계약선수)로 대박을 터뜨렸던 선수들의 활약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통상 FA선수들은 믿음을 저버리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FA 1년차 징크스’라고 명명됐을 정도이다. FA계약 직전 시즌 최고의 성적을 보인 뒤, 거액의 계약금을 챙긴 후 맞는 첫 시즌에서는 부진한 것이 그간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이른바 FA를 앞두고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선수들의 목표의식이 대박을 거머쥔 뒤 다음 시즌에 급격히 무너진 데 따른 것.


2004시즌에 FA계약으로 거액을 챙겼던 정수근, 이상목(이상 롯데) 진필중(LG) 마해영(기아) 등이 줄줄이 동반부진, ‘FA 먹튀’라는 망신스런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FA선수들은 끝없이 추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2005시즌을 맞이한 FA선수들이 먹튀로 전락하지 않고 몸값을 할지 팬들의 관심은 뜨겁다.
역시 초점은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긴 최고 몸값 심정수에 세간의 눈길이 쏠린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사상 최고 대우인 총액 60억원을 받고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4년 계약에 계약금만 20억원. 연봉은 30억원(연간 7억5천만원)으로 올 시즌 연봉 킹이다. 프로야구 뿐 아니라 프로스포츠 선수 통틀어 지존의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몸값 1위는 여러모로 피곤하다.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비난여론의 뭇매를 피할 길이 없어서다.
심정수는 5월까지만 해도 몸값에 걸 맞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 4월3일 롯데전에서 통쾌한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월간 타율 0.325, 홈런 6개를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더니 5월에도 역시나 타율 0.308, 홈런 5개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6월에 들어서면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주변의 반응도 같이 차갑게 움직였다.
급기야 지난 18, 19일 대구 SK전에는 아예 결장 벤치신세를 수모를 겪었다. 입버릇처럼 “전 경기 출전이 목표다”라고 했던 그의 꿈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전 SK전까지 보인 심정수의 6월 성적은 1홈런에 타율 0.125, 5타점이 고작이었다. 11일 수원 현대전에서는 선동열 감독의 충격 요법으로 4번 자리에서 물러나 7번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그동안 심정수는 허리와 무릎 통증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했으나 타격감이 더 떨어지고 슬럼프만 길어졌던 셈이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 타석에 들어서자 타격감은 더욱 흐트러졌다는 지적이다. 심정수는 최근 동료들로부터 ‘선풍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선풍기 날개가 돌아가듯이 속절없이 방망이만 휘두른다는 의미로 자존심이 적잖이 상했다. 부진 원인에 대해 심정수는 “허리가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심정수는 최근 비디오 분석을 통해 타격폼 교정에 나섰다가 몸값에 걸맞지 않는 장기간의 슬럼프에 빠지면서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정수에 이어 역대 FA 랭킹 2위의 대우를 받은 박진만은 소속팀 삼성구단에 큰 소리 칠 입장이 아니다. 지난 10일 수원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경기에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 그래도 부상은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선수의 몫이 크다. 박진만은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한 뒤 그해 11월 총 39억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했지만 지난 2월말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오른손바닥 부상으로 올 시즌 초반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문제는 박진만의 계약서에는 계약금과 연봉외에 출루율 3할5푼 이상이면 5천만원, 3할7푼 이상이면 1억원을 보너스로 받고 규정타석 미달시에 5천만원, 110경기 미만 출전시에 1억원을 삭감키로 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남은 경기를 다 뛰어도 88경기밖에 되지 않고, 규정타석도 채울 수 없어 1억5천만원을 반납해야 할 처지.
삼성 구단측은 “박진만이 연습경기에서 당한 부상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안타깝지만 원칙대로 옵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우승을 조건으로 마이너스 옵션 해제를 명문화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박진만은 큰 손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삼성이 우승해야만 박진만의 지갑이 열리지 않게 되는 셈이다.
박진만은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으로 18억원, 연봉으로 17억원을 받는다. 그의 연봉은 심정수와 달리 2005년에 3억5천만원, 2006년에 4억원, 2007년에 5억5천만원, 2008년엔 4억원이다. 박진만은 플러스 옵션으로 4년 동안 4억원(연간 1억원), 마이너스 옵션으로 6억원을 정했다.
또 다른 삼성의 FA 자격을 얻은 뒤 팀에 잔류를 결정하고 4년 간 28억 원을 챙긴 김한수(35) 역시 팀의 주옥같은 존재다. 허벅지 근육파열 뒤 잠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여파로 한동안 마음 고생을 겪었지만 투타에서 안정감 있는 실력으로 구단의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진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다.
FA가 돼 LG에서 SK로 이적했던 ‘캐넌히터’김재현은 올해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며 팀 타선의 구심점 노릇을 수행하고 있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지난 시즌 직후 10년 동안 몸담았던 정든 LG에서 사실상 버림을 받고 4년간 최대 20억7천만원을 받고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새로운 구단에서 제2의 전성기를 꽃피우고 있다.
성적표는 가히 환상적. 타율, 타점, 출루율, 장타율, 최다 안타 등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에 올라있다. 특히 지난 2001년 타율 0.325로 타격 8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던 김재현에게는 올해가 타격 1위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팀 성적이 하위권에서 헤매 김재현이 내뿜는 빛이 반감되고 있어 아쉬움이 역력하다.
이밖에 해외 진출 파동을 겪으며 2년간 18억원 삼성 잔류를 선택한 임창용은 힘이 달린 듯 예전 같은 기량을 찾아볼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5승5패 방어율 6.45로 기대에 미치 못하고 있다. 3년간 최대 4억9천만원을 받기로 한 삼성의 신동주는 올 시즌 1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벤치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SK에서 2년간 4억5천만원에 계약한 조원우는 얼마 전 한화로 트레이드되는 망신살을 겪었다. 그나마 한화로 둥지를 옮긴 뒤엔 이름값을 한다는 평가가 나와 스스로 위안을 삼을 만하다. 현대의 김동수(2년간 6억원)는 비록 타율은 저조하나 탁월한 투수 리드로 안방마님으로서 위용을 자랑 먹튀라는 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