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1년

SK 박진만, 'KS 단골'의 한국시리즈가 남다른 이유 [고동현의 1인치]

사비성 2011. 10. 24. 15:22

SK 박진만, 'KS 단골'의 한국시리즈가 남다른 이유 [고동현의 1인치]
11-10-24 07:36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SK 유격수 박진만은 우리나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가장 많이 출장한 선수다. 롯데와 치른 플레이오프에도 5경기 모두 선발 출장해 통산 89경기를 기록 중이다. 이 부문 2위 김동주(두산·76경기)와 점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소속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되며 포스트시즌 90경기 출장도 눈 앞에 다가왔다.

89경기 중 48경기가 한국시리즈였다. 절반이 넘는 수치다. 때문에 누군가는 1개도 갖기 힘든 우승 반지를 그는 이미 6개나 갖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번 한국시리즈는 남다른 기분일 수 밖에 없다.

박진만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입지는 '여느 때' 같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 소속이었던 그는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시즌의 많은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여기에 부상과 부진까지 겹치며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46경기 타율 .237 1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유격수 박진만'은 끝난 듯 보는 시각이었다. 박진만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타로 나서며 포스트시즌 최다 출장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타로 나선 후 들어간 수비 포지션이 그를 포스트시즌 최다 출장자로 올려놓은 유격수가 아닌 2루수 자리였다는 것이다. 이미 박진만은 시즌 때도 3루로 선발 출장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박진만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이어 SK와의 한국시리즈에도 몇 차례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의 자리는 유격수가 아닌 2루수였다. 제 아무리 실력면에서도 김상수에게 밀렸다고는 하지만 '국민 유격수'로 오랜 기간 호령했던 그이기에 씁쓸함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올시즌부터 팀을 SK로 옮기며 절치부심한 박진만은 올해 부활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에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유격수 박진만'을 되찾았다. 때때로 1루수나 3루수로 나서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다른 선수들의 부상과 박진만의 체력 유지 등의 이유였을 뿐 '유격수 박진만'에 대한 신뢰 때문은 아니었다. 타격 성적도 타율 .280 6홈런 39타점으로 만만치 않았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박진만을 선발 유격수로 예고하며 "박진만에게 '결국 하던 사람이 하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너가 하라'고 했다"고 취재진에게 밝히기도 했다. 수비면에서는 최윤석과 김연훈도 결코 밀리지 않았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박진만이었다.

이후 박진만은 KIA, 롯데와의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모두 주전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실책을 한 번 기록하기도 했지만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는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실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비록 타격에서는 준플레이오프 15타수 무안타, 플레이오프 17타수 3안타에 그쳤지만 내야의 핵으로서 그가 가져다주는 안정감은 드러난 기록, 그 이상이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SK와 삼성의 리턴매치이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양 팀의 입장도, 사령탑도 모두 바뀌었다. 그 중에서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삼성 백업 내야수 박진만'에서 'SK 주전 유격수 박진만'으로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1996년 이후 어느덧 8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박진만이지만 어느 때보다 감격적인 그 남자의 2011년 한국시리즈다.

[사진=삼성 시절 박진만(왼쪽)과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박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