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2년

SK 최윤석-박진만-김성현, '유격수 삼국지'

사비성 2012. 8. 11. 20:25

SK 최윤석-박진만-김성현, '유격수 삼국지'

 

 [OSEN=이대호 기자] SK 와이번스의 유격수 자리는 '군웅할거'라 할 만하다. 시즌 초엔 베테랑 박진만(36)이 주전 유격수를 맡고 최윤석(25)이 백업 유격수를, 그리고 김성현(25)이 유격수 제 3옵션으로 분류됐지만 시즌이 진행되며 판도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최윤석이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고 그 뒤를 김성현이 이었다. 박진만은 부침 끝에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처럼 SK 유격수 자리는 3명의 선수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놀라운 선수는 최윤석이다. 그는 올 시즌 78경기에 출전, 타율 2할3푼8리 11타점 11득점을 기록 중이다. 타격은 다소 떨어지지만 실책 3개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다. 지난해 백업 유격수로 1군에 자리잡으며 가능성을 내비쳤던 최윤석은 수비가 최대 강점이다. 현재 SK 유격수들 가운데 가장 넓은 범위를 자랑하며 빠릇 풋워크로 타구를 따라붙는 추진력이 일품이다. 지난해보다 송구도 많이 안정화됐다.

다만 한 팀의 주전 내야수로는 타격이 아쉽다. SK 이만수 감독은 "수비는 정말 좋다. 다만 타격에 약점이 있다"고 최윤석을 평가했다. 현역시절 전설적인 타자였던 이 감독은 "윤석이의 단점은 타격 시 하체를 못 쓰는 것이다. 어릴 때 습관이 잘못 들어서 하체를 이용하지 못하고 찍어서 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이기에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감독은 "윤석이의 최대 장점은 선구안이다. 타격에서 하체까지 이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타자가 될 가능성이 충만한 타자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이겨내는 건 본인의 의지력에 달렸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베테랑 박진만은 타격과 수비에서 부침을 겪으며 1군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적었다. 올해 27경기에 출전, 타율 2할4푼2리 1홈런 9타점 4득점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타격감각은 좋다. 3경기에서 10타수 6안타 3타점으로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박진만이 2군에 내려갔던 이유는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2군에서 김용희 감독과 많은 대화와 훈련을 통해 단점을 보완했고 1군에 복귀해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감독은 박진만에 대해 "배트 스피드를 보니 이제는 내보내도 되겠다 싶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진만이가 요즘 잘 해주면서 유격수 자리에 경쟁체제가 생겼다"고 흐뭇해 했다. 젊은 선수 2명이 경쟁을 벌이던 유격수 포지션,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박진만이 들어온다면 동료들의 기량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수비는 여전히 일품. 이 감독은 "정근우 말로는 박진만이 유격수를 보면서 (병살 플레이 시) 토스 해 주는 공이 편하게 날아온다며 선호한다"는 말을 전했다.

김성현은 올해 SK 내야진의 '히트 상품'이다. 군복귀 첫 해였던 지난해 1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올해 주전 유격수 최윤석의 뒤를 든든하게 받친다. 게다가 지난 달 정근우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을 땐 2루수 자리도 훌륭하게 채웠다.

어느 자리에서나 제 몫을 다 하는 김성현은 공격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올해 64경기에 나선 김성현, 타율 2할6푼6리 2홈런 12타점 23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빠른 발을 이용, 33개의 안타 가운데 2루타 6개와 3루타 2개씩 기록하고 있으며 번트에도 능해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이 감독은 좌투수가 선발일 땐 김성현을 먼저 내보내는 등 점점 기회를 주고 있다.

어느 팀이나 경쟁은 필수다. SK는 패기로 무장한 최윤석과 김성현,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로 칭송받았던 박진만이 유격수 자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SK의 상승곡선에는 이와 같은 무한경쟁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