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2년

박진만, 홈런의 비밀은 ‘손가락 두 개’

사비성 2012. 8. 23. 21:54

박진만, 홈런의 비밀은 ‘손가락 두 개’

[일간스포츠]입력 2012.08.23 09:40수정 2012.08.23 09:41



박진만(36·SK)이 오른 엄지와 검지를 내민다. 두 손가락의 비밀. 박진만은 "아주 조금 바꿨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었다. 타격이란 게 그렇다. 아주 작은 변화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 오더라"고 말했다.

수비는 여전히 최고 수준. 하지만 공격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박진만은 "올 시즌 초반에는 특히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범타 뒤에도 "다음에는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22일 문학 한화전에 8번타자·1루수로 나선 박진만은 3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0-3으로 뒤진 5회말 2사 1루에서 무실점 호투하던 상대 선발 윤근영의 시속 138㎞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를 쳐냈다. 4월 11일 목동 넥센전 이후 넉 달여 만에 터진 시즌 2호 아치이다. 이 홈런으로 추격의 불씨를 살린 SK는 연장 11회말 6-5로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우연이 겹친 작은 변화였다. 물론 '살아남기 위한 고민'이 출발점이었다. 박진만은 "7월27일에 1군으로 올라왔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타격에 자신감이 없었다. 오늘 안타 하나를 쳐도 내일을 걱정했다"고 떠올린 뒤 "배트 궤적이 너무 크게 도는 것 같아 오른 검지와 엄지로 배트를 꼭 쥐었다. 배트를 쥐는 손에 힘이 들어가니 궤적이 빠르고 짧아지더라. 지금 스윙 궤적이 무척 마음에 든다. 지금은 오늘 안타를 못 쳐도 '내일은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박진만은 그동안 왼 검지와 엄지, 오른 검지와 엄지를 살짝 뗀 채로 타격을 했다. '힘이 있는' 박진만은 이런 타격자세로도 배트를 다스릴 수 있었다.

현실인식. 박진만은 "올해 부상과 부진으로 두 차례나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런데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0.286)이 좋지 않았다. 내 마음에 드는 스윙 궤도가 나오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다시 1군에 올라온 박진만은 살아남기 위해 수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훈련 속에서 부진 탈출을 위한 열쇠를 발견했다. 그는 "프리 배팅을 해보고, 거울을 보면서 배트를 휘둘러 봤다. 그때 '지금 자세로는 배트 컨트롤이 어렵겠구나'라고 깨달았다. 나도 나이가 들었고, 예전만큼은 힘이 없다. 배트를 쥐는 손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오른 검지와 엄지로 배트를 꽉 쥐었다. 이후 내 마음에 드는 스윙 궤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공이 맞기 시작했다. 자신감도 커긴다. 박진만은 "참 당연한 결과지만, 고민하고 노력하면 답이 나온다"며 웃었다. 30대 중반 베테랑의 깨달음. '야구 선수' 박진만은 현실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