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2년

내년에도 경쟁이다" 박진만의 치열한 겨울

사비성 2012. 12. 5. 19:34

내년에도 경쟁이다" 박진만의 치열한 겨울

 

[한상숙기자] 비슷한 연배의 동료는 계약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박진만(36, SK)은 "정말 추운 계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거취 문제가 화제를 모으는 계절이다. 박찬호(39, 전 한화)는 은퇴했고, 박재홍(39, 전 SK)과 박명환(35, 전 LG)은 구단에서 방출됐다. 박경완(40, SK)은 거취 때문에 구단과 갈등하고 있다. 각각 메이저리그 124승을 쌓았고, 현역 시절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불렸으며, 통산 102승을 올렸고,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군림했던 선수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은 바랜 지 오래다. 돌아보면 서늘한 바람만 감돌 뿐이다.

박진만은 이들의 처지가 남 일 같지 않다. 그는 "아직 좀 더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자기의 판단일 수도, 떠밀려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진만은 "박찬호의 은퇴에 놀랐다. 내년에도 당연히 뛸 줄 알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진만의 전성기도 이들 못지않게 화려했다. 그는 하나도 얻기 어려운 우승 반지를 6개나 보유했다. 지금도 '국민 유격수'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선수다. 특히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박진만은 탁월한 수비 능력을 앞세워 상대 흐름을 여러 차례 끊었다. 베테랑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종아리 부상 등으로 1군과 2군을 오가는 바람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줘야 했다. 생소한 1루수 미트를 끼기도 했다. 박진만의 올 시즌 성적은 57경기에서 타율 2할1푼(138타수 29안타) 5홈런 19타점. 1군 출장도 지난해 100경기에서 절반 가량 줄었다. 박진만은 "젊었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나도 이제 마지막을 생각해야 할 나이다. 최정이나 정근우를 보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노장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한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와 체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열심히 뛰면 됐는데, 지금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겨울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은퇴하는 선배가 아닌, 젊은 선수들을 본다. 그들을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박진만은 동료의 마지막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후배들을 떠올리며 일어설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