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투쟁’ 박진만, 전설은 계속된다
[OSEN=김태우 기자] 박진만(37, SK)은 우아하다. 물 흐르는듯 한 매끄러운 수비는 한 마리의 백조를 연상시킨다. 여유가 넘친다. 그러나 그 여유 속에는 살아남기 위한 남모를 노력이 숨겨져 있다. 백조의 발이 수면 아래에서 힘차게 물갈퀴질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 유격수’로 불리는 박진만은 올해 프로 18년차를 맞는다. 어느덧 이제는 최고참급이 됐다. 9개 구단 주전급 내야수 중 박진만보다 나이가 많은 이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그는 내야 수비 중 가장 중요하다는 유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배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아직 자리를 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량이 떨어지면 도태되는 것이 프로의 생리다. 박진만이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도 후배들보다 더 나은 기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만은 올 시즌 SK 선수들 중 가장 먼저 주전자리를 확정지은 선수였다. ‘퍼즐 게임’을 공언했던 이만수 SK 감독은 캠프 종료 후 박진만의 유격수 입성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그만큼 캠프에서 흘린 땀은 정직했고 또 모범적이었다.
박진만은 우리 나이로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몸이 예전만 하지 않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시즌이 끝나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던 지난해 말. 다른 선수들이 달콤한 휴식을 취할 때 박진만은 후배들보다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캠프에서도 훈련량을 많이 늘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후배들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이만수 감독도 이런 박진만의 태도를 눈여겨봤다.
이 감독은 박진만에 대해 “정말 지혜로운 선수다”라고 칭찬하면서 “이런 좋은 선수가 팀에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박진만의 성실함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겨우 내내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것을 직접 봐왔다. 박진만 같은 선수들이 있어야 동료들도 배운다”라고 칭찬햇다. 가장 먼저 박진만을 주전으로 낙점한 것 역시 선수단의 모범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박진만은 올 시즌 47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를 기록 중이다.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부수적인 성과도 따라온다. 그는 요즘 ‘기록의 사나이’라는 말을 듣는다. 5월 22일 문학 NC전에서 프로통산 11번째로 300 2루타를 기록한 박진만은 11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프로통산 20번째로 1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18년 동안 꾸준히 활약해온 그이기에 허락된 값진 금자탑이다.
박진만은 13일 잠실 두산전 앞두고 1500안타에 대해 “실감이 잘 안 난다. 처음엔 (안타수가) 확 올라가더니 요즘 페이스가 처져 조금 늦게 왔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 달성할 기록은 2000경기 출장 밖에 없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박진만은 13일 경기에서도 3안타를 쳤다. 그가 생존투쟁에서 승리하는 한 기록은 그렇게 계속 쌓일 것이다. 박진만이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사 > 201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진 박진만 (0) | 2013.06.16 |
---|---|
타격하는 박진만 (0) | 2013.06.16 |
[경향포토]박진만, 선취 득점이네 (0) | 2013.06.13 |
[경향포토]선취타 치는 박진만 (0) | 2013.06.13 |
[경향포토]박진만, 리드가 빨라 협살 (0) | 2013.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