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선수들의 뒷담화(박진만 선수편)

사비성 2005. 8. 17. 15:20

선수들의 뒷담화(박진만 선수편)

강원도 홍천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현대 유니콘스의 김무관,김진철,
허정욱 스카우트의 마음은 착잡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자신들을 믿어 주었던 구단의 문책이
두려웠고 선수 한명을 세명이 관리하지못한 허탈감과 패배감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93년 당시 태평양 돌핀스의 스카우트팀은 인천고 2년생인 유격수 박진만에게
푹 빠졌다. 그러나 박진만은 이듬해 춘계리그에서 오른쪽 무릎의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불운을 당해 1년을 유급하게된다.
박진만이 졸업하는 해 태평양은 현대로 매각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박진만이 고려대에 가등록을 했지만 현대는 계약금에 관계없이
무조건 입단시키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스카우트 작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박진만과 그의 가족은 냉담했다. 그러나 스카우트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박진만측은 계약금을 무리하게 요구하면 포기할것으로
판단하고 3억원을 요구했는데 태평양과 현대는 스케일이 달랐다.
당장 계약서에 사인하자는 현대측의 적극적인 태도에 박은 놀랐고
결국 고려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고려대는 박진만을 기숙사로 빼돌려 현대의 접촉을 철저히 막았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법.
현대 스카우트팀은 애를 태우다 묘안을 떠올렸다.
박진만이 1년 유급한 점을 고려 병무청에 신체검사 일자를 조회했는데
뜻밖의 소득이 있었다. 이틀후 신체검사를 받는다는 정보를 입수한것이다.
현대는 무비카메라를 동원, 도망갈수있는 골목까지 샅샅이 체크했고
고려대 선배들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신체검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박진만을 무사히 납치(?)할수 있었다.
인천 송도의 횟집으로 빼돌렸고 김재박 감독까지 나서 박진만을 설득했으나
마음을 돌리지못했다.
송도에서 다시 원주,그리고 홍천으로 이동하며 3일간 설득하는
장기전에 돌입했지만 박진만은 식당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화장실 창문을 탈출에 성공한뒤 잠적해버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스카우트팀은 하늘을 원망할수밖에.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인가?
박진만은 스스로 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동기생들이지만
1년 먼저 고려대에 입학한 친구들이 선배 대접을 요구하자
1년 유급했던 박진만은 심한 심리적인 갈등을 겪었고 끝내
기숙사를 빠져나와 현대로 넘어왔다.
박진만 때문에 현대 스카우트팀은 울고 웃었다. 박진만은 데뷔 첫해부터
주전을 꿰차더니 결국 현대를 우승으로 이끄는 일등공신이 됐다.

                                                              -구경백 해설위원의 '아이러브 베이스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