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구단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보스턴은 유니폼에 알파벳 'C'를 새겨 넣은 정식 주장이 역대 3명에 불과하다. 칼 야스트렘스키(외야수·1966년)와 짐 라이스(외야수·1986년) 그리고 포수 제이슨 베리텍(포수·2005년) 뿐이다. 실력을 갖췄다고 가슴에 'C'를 다는 게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만큼 명예로움을 느낄 수 있는 '훈장'이다.
SK 내야수 박진만(38)의 어깨가 무겁다. 박진만은 올 시즌부터 알파벳 'C'가 가슴 부분에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는 이 유니폼을 입고 6타수 5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C'는 주장을 뜻하는 캡틴(Captain)에서 따온 거다. 현재 LG를 비롯해 2006년 홍성흔(38·당시 두산) 등이 달았다. 의무적인 게 아니어서 표식을 하지 않은 구단이 더 많다.
2000년에 창단한 SK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주장이라고 해서 유니폼에 특별하게 표시를 하지 않았다. 2012년 박정권(33)과 지난해 정근우(32·현 한화)도 일반 선수들과 똑같은 걸 입었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물론이고 정규시즌에도 박진만은 'C'가 들어간 상의 유니폼을 착용한다.
SK 주장 자리는 정근우가 FA(프리 에이전트)로 이적함에 따라 공석이 됐고, 지난 1월 선수단 투표결과 박진만이 새롭게 선출됐다. SK가 주장을 선수단 투표로 결정한 건 구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주장 유니폼에 차별화를 두는 것을) 지난해부터 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주장에 대한 예우와 상징성을 고려했고, 선수들과 감독님도 원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시즌 팀의 중고참이었던 정근우는 'C'를 표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선배들이 많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박진만은 경력이나 나이를 감안해도 부담이 적다. 팀내 야수에서 박진만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포수 조인성(39) 뿐이다.
이만수(56) SK 감독도 만족스럽다. 이 감독은 "(박진만이) 주장이기도 하고, C자 마크를 가슴에 달면 책임감도 생기고, 자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며 "누가 주장인지 (상대팀에게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명예롭게 생각한다"며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주장 역할을 잘 소화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힘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