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5년

‘1루도 척척’ 박진만, 베테랑 내야수의 가치

사비성 2015. 5. 8. 23:46

‘1루도 척척’ 박진만, 베테랑 내야수의 가치

[OSEN=부산, 김태우 기자] “글쎄요, 진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6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경기를 준비하던 박진만에게 “오래간만에 선발 1루수로 출전한다”라는 이야기를 하자 박진만은 “선발 1루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나갔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라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기억이 나지 않을 법도 했다. 박진만의 선발 1루수 출전은 2012년 10월 4일 대구 삼성전 이후 944일 만이었다. 간혹 1루를 볼 때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대수비였다. 

당초 박진만의 1루 선발 출장은 SK에서 그리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박정권이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고 대체자로 1군에 불러 올린 박윤의 감이 신통치 않자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그것도 플랜B였다. 김용희 감독은 전지훈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당시 1루를 보기도 했던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의 1루 투입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명기가 2일 광주 KIA전에서 투구에 머리 맞고 후유증을 앓으면서 활용할 수 있는 외야수가 적었다. 그 때 김 감독이 주목한 선수가 바로 박진만이었다.


 
박진만의 본 포지션은 유격수다. 대한민국 역대 최고 유격수 계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하지만 팀 사정상 최근에는 유격수보다는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일이 많아졌다. 차세대 유격수로 키우고 있는 김성현이 선발로 나서고 박진만은 3루나 1루에서 뛰는 식이다. 하지만 준비된 선수였다. 김 감독은 “이미 전지훈련부터 박진만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끔 준비를 했다”라고 강조했다.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 박진만의 전천후 가치였다. 
그렇게 6일과 7일 선발 1루수로 출장한 박진만은 비교적 무난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6일 실책성 내야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매끄러웠다. 6일 1회 최준석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건져내며 실점을 면하게 한 것은 백미였다. 이 강한 타구를 잡지 못했다면 오래간만에 선발 출장하는 선발 박종훈이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박진만의 호수비에 이닝은 그대로 끝이 났고 한숨을 돌린 박종훈은 6회까지 호투하며 감격의 첫 선발승을 따낼 수 있었다. 

7일에도 명석한 두뇌와 깔끔한 수비가 돋보였다. 1회 1사 1루에서 황재균의 타구가 1루수 앞으로 구르자 박진만은 이를 잡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2루로 공을 뿌려 선행주자 손아섭을 잡아냈다. 사실 타구가 빠르지 않아 웬만한 선수라면 2루로 던지기보다는 안전하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것이 일반적이 상황이었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을 가진 박진만은 정확한 송구와 강한 배짱을 앞세워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주자가 1루에 있는 것과 2루에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박진만의 수비는 모든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갑작스러운 1루 수비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1루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포구도 안정적이었다. 1루수를 제외한 나머지 내야수는 아무래도 송구가 중요하지만 1루수는 포구가 더 중요하다. 1루수의 포구가 흔들리면 다른 내야수들은 송구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진만은 별다른 실책 없이 깔끔하게 공을 건져냄으로써 수비 안정화에 일조했다. 7일 경기에서는 수비가 흔들린 김성현을 대신해 6회부터는 유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어떤 빈 공간도 메울 수 있는 박진만의 존재감이 SK 내야를 지탱하는 하나의 힘이 되고 있다. ‘1루도 척척’ 박진만, 베테랑 내야수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