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내야수 박진만(연합뉴스 자료사진)(인천=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3시간 30분을 넘겨 이어진 팽팽한 승부는 오직 박진만(39·SK 와이번스)을 위한 무대였다.
박진만은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홈 경기 한화 이글스전에서 두 팀이 6-6으로 맞선 9회말 경기의 종점을 알리는 끝내기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박진만은 주전이 아니었다.
선발 6번 타자 1루수 박윤을 대신해 6회말 대타로 첫 타석을 밟았다.
시즌 타율 0.221을 치는, 불혹을 바라보는 박진만이 주전이 아닌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박진만이 첫 타석 중견수 뜬공, 7회말 두 번째 타석 우익수 뜬공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설 때도 이날 야구장을 가득 채운 2만6천 관중 가운데 그가 경기의 주인공이 되리라고 주목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베테랑의 힘은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뿜어져 나왔다.
5회까지 3-3으로 맞서다가 SK가 7회, 한화가 8회에 3점씩 내면서 승부의 추는 급격하게 이리저리 기울었다.
경기의 향방을 알 수 없어진 가운데 두 팀은 각 마무리 정우람과 권혁을 나란히 8회부터 출격시키며 총력전을 펼쳤다.
더욱 팽팽해지던 긴장감은 9회말 2사 이후 절정에 달했다.
최정과 이재원이 출루하지 못해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가는 듯했으나 김강민이 권혁으로부터 볼넷을 얻으면서 한화 불펜의 벽에 작은 틈이 생겼다.
프로 20년차 박진만은 갈라진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1볼-1스트라이크에서 권혁은 바깥쪽 높게 시속 144㎞ 직구를 던졌다.
노련한 눈썰미로 변화구를 곧잘 공략하는 노장 타자를 상대로 빠른 공을 꺼내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힘차게 돌아간 박진만의 방망이에 맞은 공은 좌중간으로 쭉쭉 뻗어갔다.
120m를 날아간 타구는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꽂혔고, 경기는 그 순간 그대로 끝났다.
문학의 영웅으로 우뚝 선 박진만은 "권혁의 직구가 좋아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다"고 노림수를 밝히면서 "오늘 지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더욱 집중했다"고 팀 분위기를 생각하는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아직 시즌이 절반 이상 남았다"며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지켜봐 줬으면 한다. 우리는 곧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유니콘스,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를 거치며 우승 반지 6개를 모은 박진만의 말은 무게감이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