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8년

[엠스플 in 오키나와] '달인' 박진만, "기본기가 없으면 수비가 아니다"

사비성 2018. 3. 6. 14:53

 

 

[엠스플 in 오키나와] '달인' 박진만, "기본기가 없으면 수비가 아니다"

 

'공부하는 지도자'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수비코치. 그가 말하는 자신의 야구 철학과 올 시즌 삼성 내야진 포인트를 엠스플뉴스가 물었다.

 

“이제 날아오는 타구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수비코치의 말이다. 한때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던 그에게 현역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묻자 단 번에 손사래를 쳤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너무 힘들었다(웃음). 지금은 돌아가도 예전처럼은 못할 것 같다(웃음). 좋은 추억은 마음속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는 현역 시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였다. 공·수 모든 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통산 5번의 골든글러브 수상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수비 능력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팬들은 그런 박 코치를 ‘수비의 달인’이라고 불렀다.

박진만의 수비 교실, '기본기가 없으면 수비가 아니다'

 

 

2015년 현역 은퇴 후엔 지도자로 변신했다. SK 와이번스를 거쳐 현재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다. 늘 공부하는 지도자로 야구계에 알려져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박 코치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낯선 지도자 생활은 여전히 어렵다. 신경 쓸 일도 태산이다. 최근엔 글러브 대신 책을 끼고 산다. 이 역시 낯선 충격이다.

박 코치는 “난 아직 지도자로선 신인이다. 현역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웃음).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다. 예전엔 내 일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젠 선수단 전체를 챙겨야 한다. 요즘 하루하루 배우고 있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엔 신경 쓸 게 많다. 김한수 감독을 도와 삼성 내야진의 안정을 이끌어야 한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삼성은 2016년부터 2년 연속 리그 9위에 머물렀다. 그러는 사이 내야진 뎁스도 함께 얇아졌다.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늘 ‘기본기’를 강조한다.

“전 항상 선수들에게 기본기에 충실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기본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많은 선수가 화려한 플레이에 쉽게 현혹됩니다. 하지만, 기본기가 뒷받침되지 않는 화려함은 오래가지 못해요. 더군다나 야구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꾸준함을 위해선 기본기가 필수예요.”

최고의 유격수였던 박 코치도 현역 시절엔 수비 기본기에 많은 땀을 쏟았다. 수없이 구르고, 몸을 날렸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뻐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박 코치는 “나도 프로에 처음 입단했을 땐 4, 5년간 기본기 훈련만 했다. 당시엔 그저 힘들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과정 속에서 난 성장하고 있었다”며 “요즘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본기를 무시하고, 겉멋에 취하면 안일한 플레이로 이어진다. 그런 점을 경계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삼성 내야진의 키 플레이어 '김상수'

 

 

요즘 박 코치는 내야수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펑고를 직접 치며 내야수들과 씨름한다. 몸이 힘들 법도 하지만,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단 박 코치다.

그는 올 시즌 삼성 내야진의 키 플레이어로 김상수를 꼽았다. 삼성 센터 라인이 살아나려면 김상수가 필수란 게 박 코치의 생각이다.

“결국엔 김상수가 살아나야 합니다. (김)상수가 있고 없고에 따라 센터 라인의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져요. 지난 시즌엔 선수 스스로도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스트레스도 많았을 거라고 봐요. 올 시즌엔 그 절실함을 결과로 보여줘야 합니다.”

박 코치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김상수가 살아나면 뒤를 받쳐줄 손주인과 강한울의 활용도가 올라간다. 특히 지난 시즌엔 강한울이 유격수와 2루수를 번갈아 맡으며 어려움이 많았다.

“2루수와 유격수는 수비 패턴이 완전히 다릅니다. 유격수는 1루를 향하지만, 2루수는 3루를 향하게 돼요. 수비수로선 혼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박 코치의 속마음이다.

‘멀티 플레이어’ 조동찬의 활용 여부도 큰 관심사다. 그는 유격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내야 포지션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조동찬은 지난 시즌 타석에서도 1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 코치는 “(조)동찬이는 올 시즌 1루수로 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감독님이 결정하시겠지만, 다린 러프의 백업으로 뛰면서 오른손 대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체력적인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데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만 "자긍심을 가지세요. 모두가 새 시대의 리더입니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무려 6개의 우승 반지를 거머줬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4개, 삼성 유니폼을 갈아입고선 2개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우승 DNA로 가득한 박 코치는 최근 삼성의 내림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우승도 결국, 수비와 똑같은 원리입니다”. 박 코치의 말이다. 무슨 뜻이었을까.

“수비를 잘하려면 기본기가 필요해요. 그 말은 밑바탕이 제대로 깔려있어야 한단 이야기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기초가 튼튼해야 높이 쌓아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올라가면 탈이 나요. 삼성은 분명 과도기에 있습니다. 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팀을 떠났고, 젊은 선수들이 그 빈 자릴 대신하고 있어요. 이제 이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죠. 모든 환경은 갖춰져 있습니다. 그게 삼성의 진짜 힘이에요.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삼성은 분명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겁니다.”

박 코치는 이어 베테랑들의 역할론을 이야기했다.

“아직 삼성엔 왕조 시절의 멤버들이 여럿 남아 있습니다. 당연히 그 선수들의 가슴엔 왕조 시절을 기억이 선명할 거에요. 그러나 젊은 선수들은 알 길이 전무합니다. 그 느낌을 몰라요. 전 우리 팀 베테랑 선수들이 우승의 짜릿한 추억을 후배들에게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공유를 통해 선수들이 하나가 되고, 자긍심이 계승된다고 봐요.”

지도자 박진만에겐 할 일이 많다. 여전히 많은 내야수의 롤 모델이고, 팀 내에선 젊은 내야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다. 박 코치는 그런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물론 저도 현역 시절엔 그랬어요. 시대는 점점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요즘 내야수들은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에도 충실해야 해요.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솔직히 제가 야구를 하던 시절보다 더 힘든 거 같아요. 그런 노력 때문인지 우리나라 야구는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저변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요. 이젠 자긍심을 가지세요. 여러분들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진짜 리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