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의 '정석 플레이' 팀 색깔을 바꾸다[SS 시선집중]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정석대로 운영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계산을 들어보니 전통적인 운용법이다. 야구 은어로는 ‘쎄오리’를 바탕에 둔 운용이다. 쎄오리는 이론을 뜻하는 단어 시어리(theory·이론)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본야구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은 아직도 몇몇 용어는 일본식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쎄오리’는 이론, 정석 등으로 순화할 수 있지만, 변화무쌍한 경기 흐름처럼 딱 한 단어로 정의하긴 어렵다.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은 “쎄오리를 염두에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즐겨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쎄오리’는 바둑돌을 놓든 한 수 한 수 계산을 담아 경기를 풀어가는 일종의 정공법이다. 한 점이 꼭 필요한 상황에 희생번트를 대거나, 왼손 투수에 약한 좌타자가 대타로 나서면 왼손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것 등도 ‘쎄오리’에 포함된다. 흐름에 따라 가장 확률 높은 선택을 하는 것도 ‘쎄오리’로 부를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야구 종목 특성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할 때 ‘쎄오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박 대행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 용병술을 일부 설명했다. SSG 김원형 감독은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일이 볼넷을 골라내자 대주자를 기용했다. 9회 승부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대주자로 나선 김성윤은 2루를 훔친 뒤 2사 후 강민호의 중전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결과적으로는 박 대행의 노림수가 통한 셈이다.
그는 “6회말에 선취점을 빼앗겼는데, 이어진 공격에서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나갔다.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려면 동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 종반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어떻게든 흐름을 빼앗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주자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동점이면 기세 싸움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깔린 선택이다.
5회초 무사 2루에서 이원석에게 번트 사인을 낸 것도 같은 맥락. 박 대행은 “황동재는 경험이 많지 않는 투수다. 기복이 있는 편인데, 선취점을 뽑으면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흐름상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박빙으로 전개되는 경기는 1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따라 경기 흐름이 크게 요동친다. ‘쎄오리’는 철저하게 경기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통용된다. 정석 플레이와 가장 가까운데, 박 대행은 ‘흐름을 잡기 위한 정석 플레이’를 하고 있다. 현대와 삼성의 왕조를 이끌었고, 현대 삼성 SK 왕조의 몰락을 지켜봤다. ‘국민 유격수’로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른 경험도 흐름의 변화를 재빨리 읽는 눈을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됐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찬사가 나오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삼성의 변화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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