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보단 컨디션이 먼저” ‘국민 유격수’가 삼성에 날린 묵직한 돌직구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삼성 라이온즈가 박진만 감독대행 부임 뒤 달라진 경기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일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는 박 감독대행의 방향성과 더불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묵직한 돌직구에 야구계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우리 삼성 라이온즈가 달라졌어요.’ 8월 들어 삼성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허삼영 전 감독 자진사퇴 뒤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로 변화한 삼성은 무기력했던 전반기의 기억을 잊은 분위기다. 삼성은 달라진 경기력을 통해 후반기 삼성을 만날 다른 팀들의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자 한다.
삼성은 박 감독대행 부임 뒤 첫 경기(8월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대 3으로 석패를 당했다. 이후 박 감독대행은 적극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강민호 희생 번트와 김지찬 스퀴즈 번트 등 현란한 작전 야구를 통해 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9대 2 완승으로 박 감독대행 첫 승이 나왔다.
삼성은 5일 압도적인 선두 SSG 랜더스 원정 경기에서도 선발 맞대결 열세(윌머 폰트 대 황동재)를 극복하고 3대 1로 짜릿한 연장승을 달성했다. 경기 후반 중심 타자 오재일을 동점 기회 상황에서 과감하게 대주자로 바꾼 승부수도 완벽하게 통했다. 비록 6일 문학 SSG전에선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지만, 삼성은 연장 접전 속에 끈질기게 선두 SSG를 물고 늘어진 경기력으로 8월 달라진 삼성을 증명했다.
구자욱도 6번까지 내려간다, "이름값보단 컨디션이 먼저" 박진만표 파격 라인업에 시선 집중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유연한 라인업 변화다. 박 감독대행은 부임 뒤 “선발 라인업을 짤 때 좌·우 밸런스와 상대 선발 투수 상성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대행의 말대로 삼성은 이번 주 경기에서 매일 달라진 선발 라인업을 내세우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을 무조건 상위 타순에 기용하지 않고 최근 컨디션과 상대 선발 상성에 따라 파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2번 강한울’, ‘6번 구자욱’ 기용과 더불어 3번 지명타자 김재성 기용은 신선한 변화였다. 김지찬·김현준으로 구성한 젊은 테이블 세터진 또한 박 감독대행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다.
특히 박 감독대행 부임 뒤 3루수와 유격수, 대타 등을 오가며 핵심 활용 야수로 꼽히는 강한울은 1군 콜업 뒤 타율 0.400(15타수 6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박 감독대행은 “(강)한울이의 경우 그동안 ‘열심히 안 한다’라는 선입견에 갇혀 있었다. 퓨처스 팀에서 그런 면을 잡아주면서 훈련을 충실히 소화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선수 본인도 행동으로 잘 보여줬기에 최근 1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항상 팀 중심 타선에 섰던 구자욱의 6번 타순 이동도 신선한 파격이었다. 박 감독대행은 ‘이름값보단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먼저’라는 지론을 밝혔다.
“팀 타선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선수가 구자욱이다. 중요할 때 해결을 해줘야 할 타자다. 타격 페이스 끌어올리도록 타격코치와 선수가 계속 노력하고 있다. 다만, 1군에선 이름값이 아니라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가 먼저 나가는 게 맞다. 컨디션이 올라올 때까지는 편안하게 칠 수 있는 기회를 줄 생각이다. 4번 타순에 기용했을 때 확실히 부담감이 있어보였다. 선수가 헤쳐 나가야 할 부분이다. 향후 상황을 보면서 타순 조정을 계속 고려할 계획이다.” 박 감독대행의 설명이다.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연결 고리도 박 감독대행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하위 타선에 발이 느린 타자들만 모였을 경우 득점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게 박 감독대행의 시선이다.
박 감독대행은 “이원석과 강민호 선수가 하위 타선으로 빠졌을 경우 그 앞에 어느 정도 발이 빠른 타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자욱도 그런 역할을 맡아줄 수 있다. 앞에 주자가 움직여줄 수 있어야 타석에서 타자들도 편안하게 타격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8월 삼성이 다시 '여름성'이 될 수 있을까, 선수단 분위기 변화는 이미 감지됐다
박진만 감독대행의 적극적인 변칙 라인업과 뛰는 야구 방향성에 맞물려 삼성 선수단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동기부여가 된 신예와 베테랑 선수들이 경기마다 돌아가면서 활약상을 이어가주고 있다. ‘삼성이 달라졌다’라는 말이 이번 주 상대 벤치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까닭이다.
테이블 세터진으로 공격 선봉에 선 외야수 김현준은 “박진만 감독대행님이 오신 뒤 확실히 더그아웃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느낌도 다르다. 감독대행님이 ‘못 쳐도 되니까 적극적으로 치자’라는 주문을 항상 말씀해주신다. 그런 게 큰 힘이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박 감독대행은 차기 정식 사령탑 유력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만큼 남은 후반기 경기에서 자신의 색채를 어느 정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박 감독대행은 “50경기 밖에 안 남은 게 아니라 아직 50경기나 남았다”라고 선수단에 메시지를 보낸 뒤 “지니까 분해서 잠을 못 잤다”라는 강한 승부욕을 보여주는 표현도 꺼냈다.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 칭호로 찬사를 받은 레전드 박 감독대행이기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묵직한 ‘돌직구’에 삼성 선수단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과연 삼성이 박 감독대행 체제에서 후반기 상대하기 편안한 팀이 아니라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으로 탈바꿈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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