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가을야구 도전, 그래도 강인권·박진만은 팀을 바꿨다[SS포커스]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올시즌 KBO리그에는 정식 감독이 아닌 사람이 2명 있다. 삼성 박진만(46) 감독대행과 NC 강인권(50) 감독대행이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사실 대행 체제에서 많은 것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두 대행은 나란히 팀을 바꿨다. “달라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강 대행은 지난 5월11일 1군을 맡았다. 성적 부진에 코치간 폭력 사건 등이 잇달아 터졌고, NC가 이동욱 전 감독을 경질했다. 2024년까지 계약이 된 상황이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4월2일 개막 후 5월10일까지 NC는 33경기에서 9승 24패, 승률 0.273에 그쳤다. 단연 리그 최하위. 당시 시점에서 두 자릿수 승리가 없는 유일한 팀. 분위기도 ‘엉망’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감독을 보낸 이유다. 동시에 강 대행을 앉힌 이유이기도 하다.
강 대행은 전부터 다른 팀들에서 사령탑 후보로 올려놓았던 지도자다. 2020시즌을 앞두고 NC가 한화에서 영입해 수석코치에 선임했다. 당시 구단 사장이 선수단 앞에서 “어렵게 모셔온 분”이라 했을 정도다. 2012~2014년 NC 배터리 코치로 있었고, 그때도 “차기 감독감’이라 했다. 그리고 올시즌 감독대행에도 올랐다.
실적이 확실하다. 5월11일부터 9월27일까지 52승 3무 46패, 승률 0.531을 기록중이다. 같은 기간 순위로 보면 리그 5위다. 승률 2할대 팀을 맡아 5할대 팀으로 바꿨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에 줄부상까지 겹치며 힘겨운 상황이었다. 꼴찌를 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 분위기도 최악이라 했다. 그러나 강 대행은 힘든 상황에서도 팀을 바꾸는 ‘신기’를 발휘했다.
강 대행은 “선수들이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포기는 있을 수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 시즌 초반 좋지 않았지만, 내가 대행으로 온 이후 ‘지금 순위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과 능력은 확실하다. 원팀 정신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초반 대비 좋아졌고, 내년에도 더 좋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전 감독이 따뜻한 리더라면, 강 대행은 카리스마형이다. ‘하나된 팀’을 중시한다. 수습에 최적화된 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NC에 가장 적합한 감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적까지 내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이쯤 되면 정식 감독으로 올라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
NC 고위 관계자는 “강인권 감독대행이 온 이후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다만, 아직 차기 감독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은 없다. 강 대행도 현재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직은 원론 수준이다.
박 대행도 뚜렷한 성과가 있다. 지난 8월1일 허삼영 전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개막 후 94경기를 치르는 동안 38승 2무 54패, 승률 0.413에 그쳤다. 리그 9위. 불과 1년 전 정규시즌 2위에 올랐던 팀이다. 선수단 운영 등에 비판이 거셌고, 결국 허 전 감독이 버티지 못했다.
삼성은 퓨처스를 이끌던 박 대행을 1군에 불렀다. 전부터 ‘차기 감독 내정설’이 있던 지도자이기도 하다. 박 대행은 8월2일부터 9월27일까지 41경기를 치르며 22승 19패, 승률 0.537을 만들고 있다. 같은 기간 리그 승률 5위다.
확 달라졌다는 평가다. 일단 분위기부터 바꿨다. 오자마자 주장을 김헌곤에서 오재일로 교체했고, 신인 및 신인급 선수들을 대거 올렸다. 퓨처스에서 직접 봤던 선수들이기에 기회를 줄 명분도 충분했다. 반대로 부진한 일부 베테랑은 1군에서 빼면서 자극을 줬다.
무조건 젊은 선수를 중용한 것도 아니다. 경기 중 해이한 모습이 보이면 가차 없이 뺐다. 이는 어린 선수와 베테랑을 가리지 않았다. 박 대행도 “젊은 선수와 베테랑의 경쟁을 유도하고자 했다. 벤치 분위기가 좋아졌다. 선참들이 선발에서 빠져도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친다. 후배들도 호응한다. 선수들이 의욕이 넘친다”고 했다.
박 대행 또한 카리스마가 넘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다. 야구인들은 박 대행을 두고 입을 모아 “세다”고 한다. 박진만의 남자로 등극한 강한울조차 “우리 감독님 무섭다”고 했을 정도다. 팀을 바꿨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선수단 장악 능력이 탁월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박진만 감독대행에 대해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팀을 빠른 시간 안에 잘 정비했다. 같은 선수단으로 5할 이상을 만드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않나. 다만, 차기 감독 선임은 시즌 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종료 후 잘 검토해서 빠른 시간 안에 결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강 대행과 박 대행이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외부 수혈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최하위권으로 처졌던 팀을 맡아 가을야구 경쟁팀으로 이끌었다. 현실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팀을 바꿨다’는 점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부분이다. 2023년에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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