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VS 국민 유격수, 동갑내기 40대 사령탑의 뜨거운 지략 대결
1976년생 동갑내기 '국민 타자(이승엽)'와 '국민 유격수(박진만)'가 내년부터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으로 맞붙는다. 두 감독의 맞대결은 벌써 KBO리그의 흥행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은 18일 박진만 감독대행과 정식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 3년, 총 12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 5000만원, 옵션 연 5000만원)의 조건이다.
앞서 두산은 3년 총 18억원(계약금 3억, 연봉 5억)에 이승엽 KBO 총재 특보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로써 가을 야구 탈락 팀 중 계약 기간이 1년씩 남은 롯데 자이언츠(래리 서튼)와 한화 이글스(카를로스 수베로)를 제외한 삼성·두산·NC 다이노스(강인권 감독)가 사령탑 선임을 모두 마쳤다.
이승엽과 박진만은 각각 프로야구 삼성(이승엽)과 현대 유니콘스(박진만)를 대표하던 스타였다. 둘은 선수 시절 대표팀에서 굵직한 국제 대회 때마다 호흡을 맞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5차례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다.
이승엽과 박진만 모두 이들의 프로 데뷔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고졸 신화’의 주인공인 것도 공통점이다.
한양대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아 입학 직전까지 갔던 이승엽은 마지막에 마음을 돌려 삼성에 입단했다. 고졸 신인 최고 대우 계약금(1억3200만원)을 받았다. 박진만은 인천고 시절 부상으로 1년을 쉬고, 이듬해인 1996년 고려대 진학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가 그를 납치하다시피 스카우트했다. 박진만은 당시 야수 최고 계약금(2억 8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승엽은 자타공인 한국 프로야구 최고 홈런 타자다. 통산 홈런 1위(467개), 홈런왕에 5번 등극했다.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 5회 수상했고, 골든글러브는 10차례나 품에 안았다.
박진만은 탄탄한 기본기로 김재박과 함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1위(5회)에 올랐다. 우승 반지도 6개 수집했다. 2005년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39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로 사인했다. 당시 심정수(4년 60억원) 정수근(6년 40억원)에 이은 역대 최다 금액 3위. FA 제도 도입 이래 2000년~05년 총 42명이 계약했는데, 홈런 타자도 아닌 유격수가 대형 계약을 맺은 건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승엽과 박진만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범 40주년을 맞아 선정한 '레전드 40인'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삼성 구단과 이들의 인연이 묘하게 엇갈린 것도 흥미롭다. 대다수 야구팬들은 은퇴 후 필드를 떠나 있던 ‘라이언 킹’ 이승엽이 언젠가 삼성의 지도자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2017년부터 구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온 박진만을 차기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두산은 삼성이 이승엽에게 적극적으로 지도자 러브콜을 보내지 않는 틈을 파고들어 이승엽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승엽과 박진만이 같은 팀에 있었던 건 2017시즌 삼성에서가 유일하다. 이승엽이 현역 마지막을 보낼 때, 박진만은 수비와 1루 주루 코치였다. 이승엽이 2004년 일본 무대로 건너간 뒤 이듬해 박진만이 삼성으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고, 이승엽이 2012년 삼성으로 돌아오기 전에 박진만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옮겼다.
감독으로 나란히 부임했지만, 지도자로서 출발은 달랐다. 박진만은 은퇴 직후 2016년 SK에서 지도자로 입문해 2017년부터 삼성에서 수비·작전 코치, 퓨처스(2군) 감독을 거쳤다. 올해 8월부턴 1군 감독대행을 맡아 28승 22패를 기록했다. '개인'보다 '팀'을 강조하며 경기와 선수단을 운영했다.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반면 이승엽은 두산 사령탑으로 지도자 첫발을내디딘다. 이승엽 감독은 18일 취임식에서 이를 의식한 듯 "시즌이 시작하면 초보 감독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선수들에게 기본기, 디테일, 그리고 팬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진만 감독과는 시드니 올림픽부터 국제무대에서 함께 뛴 좋은 친구 사이다. 이제 적으로 만나게 됐다"며 "친구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할 때다. 젊은 감독들이 조금 떨어져 나간 팬들의 발걸음을 다시 불러모으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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