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 박진만의 백만불짜리 수비로 승

사비성 2006. 3. 3. 20:59

WBC, 박진만의 백만불짜리 수비로 승

지난 2004년 10월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현대-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 0-0으로 팽팽히 맞선 7회 말 2사 1ㆍ2루. 당시 현대 유격수 박진만은 삼성 김한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낸 뒤 2루수에게 송구, 실점을 막았다.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빠져 나가는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몸을 한바퀴 구르며 잡은 다음 2루수 채종국을 보고 정확히 토스했다.

현대는 박진만의 호수비 하나로 연장 12회 0-0 무승부를 지켜낸 덕에 결국 4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명 유격수 출신인 삼성 류중일 코치조차 “신기를 보는 것 같았다. 공을 따라가 잡은 것도 예술이었지만 송구가 기가 막혔다”며 탄성을 질렀다.

그로부터 2년 여의 세월이 흘러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지만 박진만의 수비 솜씨는 그대로였다. 박진만은 3일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되는 대만전에서도 똑 같은 ‘그림’을 연출하며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다.

박진만은 9회말 2사 1ㆍ3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타 찬치야오의 중견수 쪽으로 빠져나가는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한 뒤 2루수에게 토스 아웃시키는 백만불짜리 플레이를 펼쳤다.

박진만은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예선전에서도 7-6의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연장 10회 1사 1루에서 깨끗한 병살 플레이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끈 바 있다.

박진만은 이날 대만전에서 방망이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앞선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안타를 뽑아낸 후 이종범의 좌월 2루타 때 홈을 밟아 추가점을 올렸다.

박진만은 경기 후 “9회 투아웃이라 타구가 옆으로 오면 무조건 슬라이딩을 하려고 했다. 마침 타구가 날라와 몸을 날렸는데 처음에는 공이 글러브에 들어 갔는 지 알지 못했다. 코나미컵 때 도쿄 돔에서 수비를 해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