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빅리그 진출? 생각 안해봤는데요…

사비성 2006. 3. 25. 21:10
빅리그 진출? 생각 안해봤는데요…




[일간스포츠 한용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 4강을 달성한 한국팀의 주역 중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유격수 박진만(30 삼성)이다. 무실책으로 마운드를 뒷받침한 수비진의 핵심으로서 대만전 9회 슬라이딩 캐치와 미국전 주저앉은 채 성공시킨 병살플레이 등은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플레이였다.

21일 대구로 내려온 박진만은 선수단과 상견례 후 하룻동안 달콤한 휴식을 가졌다. 저녁에는 아내 고영미씨와 외식을 하면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즐겼다. 데이트코스는 중국식당. 박진만은 "WBC를 치르면서 중국 음식을 못 먹었는데 코스요리를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 메이저리거와의 실력 차이는?

"예전에는 기본기의 차이가 났지만 요즘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메이저리그 팀과 연습 경기를 많이 하면서 배워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체격에서 오는 파워가 부족하겠지만 순발력과 스피드 등은 우리가 더 낫다."

■ 큰 경기에 유독 명장면이 많다. 호수비의 비결은?

"신인 때는 공 하나에 떨리고 긴장도 많이 했다. 한국시리즈 국제대회 등을 치르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집중력이 좋아졌다. 단기전에는 투수들이 좋아 수비에서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제는 큰 경기에 나서면 오히려 부담없이 심리적으로 차분해지는 것이 좋은 수비로 연결된다."

■ 야구장 시설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WBC에서 보인 플레이는 사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슬라이딩하다가 분명히 부상당했을 것이다. 또 부상 위험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그라운드에서 뛰면서 실력이 향상됐고 메이저리그 못지 않은 실력들을 보여줬다. 환경만 좋다면 메이저리거처럼 좋은 플레이를 할 능력들이 있다."

■ 수비에 비해 타격이 아쉬웠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의 최고 투수들을 상대한 것이다. 못 쳤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수비는 노력한 만큼 나타나지만 타격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다. 슬럼프일 때 빠져나오는 요령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유격수로 뛰면서 타율 2할8푼과 두자리 숫자 홈런을 각각 5차례나 기록했다. 타격이 약하다고 하면 조금 마음 아프다(웃음)."

■ 4강의 의미는?

"우리 투수들이 정말 많이 연구하고 좋았다.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이라고 무시당하면서 선수들이 자극받고 정신력이 큰 힘이 됐다. 한국 야구를 널리 알린 것이 큰 성과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은퇴하기까지 잊지 못할 대회가 될 것이다."

■ 미국과 일본 타자들의 장점은?

"메이저리그는 힘이 좋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타구가 3루쪽으로 힘있게 빠져나가는 안타가 된다. 일본타자들은 세밀하고 짜임새가 좋고 분석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 수비 호평이 많았다. 미국 진출은 생각해봤나?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서 수비 실력을 인정해준 것은 영광스럽다. 칭찬은 많이 들었지만 미국 진출 생각은 솔직히 해보지 않았다."

■ 대회를 치르면서 힘든 점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대회가 열려 몸 만들기가 힘들었다. 이동거리가 많은데다 매경기 힘들게 치러 체력적으로 고갈 된 느낌이다. 시즌 개막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다. 시범 경기 동안 체력 관리를 해야한다."

■ TIP

'과일은 나의 힘.'

지난 20일 밤, 한국 선수단이 귀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는 박진만의 부모 박치민(62)-이경삼 씨(60) 내외가 아들을 마중나왔다. 박진만의 아내 고영미 씨도 대구에서 구단 관계자들 동료선수의 아내와 함께 올라왔다. 아들을 비롯한 대표 선수들의 입국을 기다리면서 시어머니 이 씨는 며느리에게 큼지막한 쇼핑백을 주면서 무언가 속삭였다.

이 씨는 "참외 딸기 등 과일을 담아왔다. 비행기에서 피곤할텐데 과일로 풀라고…. 진만이가 과일을 유독 좋아하기에 밥은 굶어도 과일은 꼬박꼬박 챙겨먹을 정도로 '과일광'"이라고 말했다. 박진만 역시 "배고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는 밥 대신 과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집에서 한 달 동안 먹을 과일이 그의 집에서는 일주일만에 동이 난다고.

유연한 몸놀림과 재빠른 움직임은 과일 덕분일까? 박진만은 "글쎄, 과학적인 분석이 없어 모르겠지만 비타민 섬유질 이 풍부한 과일을 많이 먹어온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