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를 빛낸 인물] ⑤ ‘완벽수비’ 박진만-이진영

사비성 2006. 3. 24. 20:50
[WBC를 빛낸 인물] ⑤ ‘완벽수비’ 박진만-이진영


'무결점 수비'

한국야구 대표팀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낼 수 있었던 데에는 완벽에 가까운 수비가 있었다. 한국은 이번 WBC 참가국 중 유일하게 단 한 개의 실책도 하지 않은 무실책 팀으로 남게 됐다. 아시아 라운드와 8강 라운드, 준결승전까지 총 7경기를 치렀음에도 무실책을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적어도 수비 만큼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던 한국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박진만(30·삼성)과 이진영(26·SK)이 단연 돋보이는 수비력을 과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히는 박진만은 국제 무대에서도 수비 하나 만큼은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시아 라운드 대만전 9회말 한국의 승리를 지켜낸 놀라운 다이빙캐치, 8강 라운드 미국전 치퍼 존스의 강습 타구를 주저앉으면서도 침착하게 건져내며 더블 플레이로 연결한 플레이 등은 대표적인 장면들. 이 외에도 박진만은 재빠른 역동작과 러닝 스로우 등으로 완벽하게 타구를 처리해냈다.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 그리고 숱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가 있었기에 가능한 수비들이었다. 비록 타격이 21타수 4안타(타율 0.190)로 부진했지만 완벽한 수비는 타격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상대팀 감독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국의 유격수에게 졌다"고 입을 모았고, 김인식 감독도 "박진만이 결정적 수비 등 보이지 않는 플레이에서 잘했기에 더욱 돋보였다"고 말했다. ESPN을 비롯한 미국 현지언론도 박진만의 완벽수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WBC를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우익수 이진영도 빼놓을 수 없는 호수비의 또 다른 주인공. 국내에서도 튀지는 않았지만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했던 이진영은 WBC에서 결정적인 호수비를 3차례, 그것도 모두 일본전에서 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일본과의 아시아 라운드에서 0-2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몸을 날리는 그림같은 다이빙캐치를 해내며 한국의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고, 일본과의 8강 라운드에서도 2회말 2사 1·2루 위기에서 강한 어깨를 활용한 정확한 홈 송구로 주자를 잡아냈다. 그리고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도 2회말 2루타성 타구를 집중력을 발휘해 점프하면서 낚아채는 호수비를 펼쳤다. 이진영 역시 타격에서는 20타수 3안타(타율 0.150)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타격이 부진했기 때문에 수비에 더욱 집중했다"고 밝힌 것처럼 정신무장이 되어있었고, 그러한 정신무장은 눈부신 호수비를 낳았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마운드도 무너지고 타선도 침묵했다. 하지만 명불허전의 완벽수비를 자랑한 박진만과 이진영의 글러브 만큼은 마지막까지 한국의 자존심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