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 후유증에 시달리는 선수들

사비성 2006. 4. 21. 09:29

WBC 후유증에 시달리는 선수들  

 

“WBC의 후유증?”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의 주역들이 2006프로야구 초반 좀처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김병현, 최희섭, 김선우 등 코리언 메이저리거 들이 WBC 후유증에 시달리며 부상자 명단에 오른데 이어 국내에서 뛰고 있는 많은 WBC 멤버들도 약속이나 한 듯 부진한 모습이다.

WBC 출전이 정규시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대회를 앞두고 한 달 이상 페이스를 빨리 끌어 올려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고 충분한 훈련 없이 실전을 치름으로써 부상의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김동주와 홍성흔은 대회 기간 중 부상을 당해 소속팀 두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준 바 있다.

이 밖에도 일부 WBC 멤버들은 자신감이라는 소득을 얻은 대신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후유증을 노출해 왔으며 일부 선수들은 동계훈련 불참으로 흐트러진 타격 폼이나 투구 폼을 수정하지 못해 불완전한 상태로 시즌을 맞아 슬럼프를 겪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WBC 4강 멤버 중 누구도 각종 투타 부문별 1위에 오른 선수가 없다는 점은 WBC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다.

우선 WBC에 출전한 타자들 중에 2할대 초반에서 1할 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는 선수들이 유독 많다. WBC 2라운드 일본전에서 극적인 결승타를 때렸던 KIA의 이종범은 올 시즌 현재까지 타율 .216으로 이름값을 못하고 있으며 이병규(LG), 김민재(한화), 진갑용(삼성) 등은 모두 1할대 타율에 머물고 있다.

‘국민 우익수’로 불리며 WBC가 낳은 최고의 스타 이진영(SK)은 타율 .286로 위에 언급된 선수들에 비해 형편은 낫지만 홈런 없이 타점 1개에 그치는 등 당초 기대만큼의 모습은 아니다. 투수 중에서는 방어율 7점대의 전병두(KIA)와 맹장 수술로 아직까지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는 손민한(롯데)이 제 몫을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WBC 4강 멤버.

그러나 모두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아니다. WBC에서 얻은 노하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발전된 기량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삼성의 유격수 박진만은 검증받은 발군의 수비력은 물론 3할대 중반의 고감도 타격까지 과시 중이며 오승환 역시 0점대 방어율에 4세이브로 소속팀 삼성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SK의 잠수함 투수 정대현도 한결 완숙해진 투구로 팀에 기여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던 WBC 주역들의 초반 부진은 올해 4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한 프로야구 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이들이 하루 빨리 제 페이스를 되찾아 그날의 감격을 재현해 준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