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수비 귀신' 박진만, 공격서도 깨소금 활약…'한국시리즈 MVP' 영예

사비성 2006. 10. 30. 23:31
'수비 귀신' 박진만, 공격서도 깨소금 활약…'한국시리즈 MVP' 영예
[조선일보   2006-10-30 08:41:35] 
[조선일보 성진혁기자]

“수비 센스, 경기 감각을 타고났다. 야구를 할 줄 안다.”(삼성 선동열 감독)

“삼성이 2년 연속 우승하는 데 최고의 숨은 공로자다.”(삼성 김응용 사장)

“삼성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아야 할 선수다.”(한화 김인식 감독)

삼성의 유격수 박진만(30)에게 쏟아진 찬사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당연했다.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53표 중 36표를 얻어 한국시리즈 2승1세이브1홀드를 기록한 동료 배영수(17표)를 따돌렸다. 1차 투표(25표)에선 과반수 득표를 못 해 2차 투표 끝에 영예를 안았다.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후 현대에서 네 번, 삼성에서 두 번 우승을 경험했지만 한국시리즈 MVP(상금 1000만원·상품 42인치 LCD TV)는 이번이 처음.

2004년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4년간 총 39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긴 박진만은 ‘선동열 수비야구’의 핵이다. 선 감독은 작년 부임 후 전통적으로 타격 위주의 야구를 했던 팀 컬러를 뜯어고쳤다. 투수력과 함께 수비와 기동력을 강조했다. 박진만을 데려오면서 이런 구상이 실현 가능해졌다.

박진만은 올 3월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메이저리그 수준의 수비로 한국 내야진의 중심 역할을 하며 한국이 4강을 일구는 데 앞장섰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공격과 수비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화의 흐름을 끊어 경기의 물줄기를 삼성 쪽으로 돌렸다. 타격 성적(타율 0.280·2타점·4득점·3볼넷)은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안타(35개)와 득점 타이(24개)를 기록한 동료 박한이(타율 0.345·2타점 6득점 3볼넷)보다 화려하진 않았다. 하지만 3차전에서 연장 12회 결승타점을 쳤고, 4차전 때는 연장 10회에 안타와 도루, 결승 득점을 올리며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4차전 10회말 2사 2·3루 상황에서 투수 글러브를 맞고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타구를 잡아 아웃시킨 수비가 백미였다.

작년에 결혼, 내년 5월에 아빠가 되는 박진만은 “투수를 안정시킨 좋은 수비가 우승의 첫 번째 요인”이라면서 “상금은 대구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 데 쓰겠다. 다른 선수들이 상을 받고 불우이웃을 돕는 걸 보면서 ‘나도 상을 받으면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한국시리즈 최다경기 출장 기록을 45경기까지 늘린 박진만. 29일은 ‘찐만두(박진만의 별명)’ 최고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