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포커스] 삼성 박진만의 명품 수비

사비성 2006. 10. 30. 22:09

[포커스] 삼성 박진만의 명품 수비

 

삼성 유격수 박진만(30)은 2006 한국시리즈 동안 삼성팬들에게는 찬사를, 한화팬들로부터 원성의 주인공이었다.

사이버 공간의 한화 팬들은 결정적인 찬스마다 박진만의 수비에 걸려 득점이 무산되자 "찐만두(만두는 박진만의 별명) 때문에 졌다"라는 글로 한탄했다.

한국시리즈에서 그가 선보인 플레이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인정받은 '명품 수비'의 리메이크였다. 2006 한국시리즈 MVP 수상의 큰 이유였다.
 
▲명품 수비
 
한국시리즈가 마치 WBC의 복사판으로 팬들에게 비쳐졌다. 특히 4차전은 백미였다. 2회 1사 1·2루에서 백재호의 2루 땅볼 때 협살 플레이 도중 재빨리 포수 진갑용에게 던져 홈으로 돌진하던 2루주자 이범호를 아웃시켰다.

넓은 시야·순발력·정확한 송구가 어우러진 호수비. 3회 신경현의 타구를 2루 베이스 뒤에서 잡은 것, 4회 김민재의 좌전 안타성 타구를 걷어낸 것.

10회 2사 2·3루에서 오승환의 글러브를 맞고 데굴데굴 구른 김태균의 땅볼, 5차전 5회 2루 베이스 뒤로 빠지는 선두타자 이도형의 타구, 6차전 2회 2사 2루에서 김민재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2루 베이스 오른쪽에서 처리한 것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
 
▲WBC 추억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칼럼니스트인 피터 개몬스는 지난 4월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본 가장 뛰어난 내야수로 박진만을 꼽았다. 바로 박진만이 WBC에서 보인 수비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것.
 
파킨 에스트라다 멕시코 감독은 "한국 유격수가 항상 좋은 위치를 선점했고 매번 빠져나갈 타구를 잡아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감탄했다. 미국전 5회 1사 1·2루에서 치퍼 존스의 타구를 박진만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가까스로 잡았다.

그라운드에 드러누은 채 2루로 던져 6-4-3의 병살타를 성공시켰다. 벅 마르티네스 미국 감독은 "존스의 타구를 처리한 박진만의 수비가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명품 시프트

훌륭한 내야수의 조건으로 강한 어깨와 빠른 발, 순발력 등을 꼽는다. 박진만은 어깨가 강하다는 말은 많이 듣지 않는다. 그의 장점은 구장에 따른, 타자에 따른 뛰어난 위치 선정(시프트)이다. 미리 타구가 올 곳으로 가서 기다리기에 강한 어깨가 필요없을 정도.
 
4차전 9회 2사 2루에서 심광호의 끝내기 안타성 타구를 잡은 장면. 박진만은 무려 3가지를 생각했다. 배영수의 볼끝이 좋아 타구가 밀리는 것. 심광호의 안타 중 직선타구는 좌익수쪽, 땅볼타구는 2루쪽이 많다는 것.

2루쪽으로 한 발 미리 생각하고 있었고 결과는 호수비로 귀결됐다. 투수의 볼끝이 살아있으면 2루 쪽으로 선점하고, 볼끝이 무디다고 판단될 때는 3루-유격수 사이의 타구 방향에 대비한다.
 
박진만은 대구·대전·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구장 잔디의 특성을 이용해 수비 위치를 잡았다. 타구가 빠르고 바운드가 큰 대구에서는 한 발 뒤에서, 대전에서는 잔디가 굵어 타구가 죽기 때문에 한발 앞에서, 천연 잔디인 잠실에서는 정상 위치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