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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사직 현대-롯데전 7회 현대 지석훈의 3루 땅볼 타구를 롯데 3루수 리오스가 호수비로 걷어냈다. 타구는 쏜살같이 3루쪽 선상으로 달렸지만 리오스의 다이빙 수비에 걸려 들었다.
다이빙과 동시에 우연찮게 공이 글러브에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의 호수비에는 고급기술이 숨어 있었다. 그는 다이빙에 이어 타구 바운드를 짧게 잡고 ‘백핸드’로 포구해 눈길을 끌었다. 백핸드가 아니었다면 헛품만 팔 수도 있었다. 리오스는 지난달18일 사직 한화전 데뷔부터 호수비를 과시하고 있는데 그 비장의 무기가 바로 백핸드다. 롯데를 비롯해 타팀 코칭스태프들이 요즘 리오스의 수비를 보면서 “새삼 백핸드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할 정도다.
백핸드란 포구의 한 방법이다. 내야수는 대체로 타구를 최대한 몸의 정면에 놓고 받는데. 백핸드는 글러브를 낀 왼손을 오른손쪽으로 뻗어 공을 받는 것을 말한다. 역동작이다. 반대로 몸의 왼쪽으로 가는 타구는 포핸드로 받는다. 백핸드와 포핸드라는 용어는 야구보다는 탁구나 테니스 등에서 더 많이 쓰인다.
백핸드는 장점이 많다. 일단 빠질 것 같은 타구를 쉽게 걷어 낼 수 있고. 공을 잡은 뒤 송구도 빠르면서 강하게 할 수 있다. 타구를 정면으로 잡거나. 포핸드로 잡으면 송구를 위해 오른쪽 어깨를 별도로 이동시키는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백핸드는 이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두산 이종욱처럼 빠른 선수는 공을 때린 뒤 3.34초 정도면 1루에 도달하는데 솜씨 좋은 내야수는 이런 경우 몸을 급히 옮겨 타구를 정면으로 받기 보다는 백핸드로 처리해 접전을 모면한다. 두산 한영준 수비 코치는 그래서 “백핸드를 잘하면 수비 50%는 해결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백핸드를 잘하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삼성 유격수 박진만이 수준급이고. 김동주 안경현(이상 두산) 박기혁(롯데) 등이 손에 꼽히는 정도다. 박진만은 타구 방향 예측 능력이 좋고. 몸이 날래고. 백핸드도 잘해 여간한 타구는 걷어낸다. 그래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을 감탄시킬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SK 정근우와 군입대한 전 두산 손시헌 등은 백핸드가 익숙치 않아 빠른 발로 몸을 타구방향으로 이동시켜 상쇄하는 편이다.
외국인 선수에 비해 국내 내야수의 백핸드 기술이 떨어지는 것은 그간의 곱지 않은 시선 탓. 백핸드를 못마땅하게 보는 쪽은 타구를 정면으로 놓으면 잘못 받더라도 몸으로 막아낼 수 있지만. 백핸드는 빠뜨리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아마추어 코칭스태프들이 이런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백핸드에 대한 교육이 없다. 백핸드는 프로에 입단한 선수라도 3~4년의 집중 훈련을 거쳐야 일정의 완성도를 맛볼 수 있는 기술이라. 교육기회가 차단된 조건에서 잘 하는 선수가 많을리 없는 것이다. 한영준 코치는 “국내선수들의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백핸드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도 된다”면서 “이제는 말릴 게 아니라 장려하고 자신감을 계속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