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7년

프로야구 ‘최고 유격수’는 누구?

사비성 2007. 8. 20. 09:32
프로야구 ‘최고 유격수’는 누구?
‘두뇌플레이’ 김재박… ‘다재다능’ 이종범… ‘명품 수비’ 박진만

프로야구의 묘미는 여러군데서 찾을 수 있다.

 

화려한 투수의 삼진 퍼레이드를 비롯해 타자들의 호쾌한 홈런포는 물론 승패를 뒤바꾸는 역전타, 제때에 터져 나오는 적시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달리고 넘어지기도 하며 팬들을 위해 다양한 세리머니도 곁들여 팬들을 즐겁게 한다. 한편으로는 투수가 감독의 지시 또는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빈볼을 던지는 경우도 많이 일어나기도 하며 상대팀과 적(?)이 되어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욕설을 하기도 한다.

 

미 메이저리그의 경우 이런 몸싸움이 발생할 경우 라커룸에 있는 선수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있는 선수든 상관없이 모두가 뛰어나가 동료심을 표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팀 자체적으로 벌금 또는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일본과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에도 이러한 관례를 받아들여 최근에는 몸싸움이 발생할 경우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가고 있다. 물론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빈볼이나 몸싸움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동료애와 팀워크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론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불상사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며 하나의 볼거리로서 끝이 나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볼거리는 내야수들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들 수 있다.

  유격수와 2루수 간 이뤄지는 병살 플레이(6-4-3 또는 4-6-3)와 3루수와 2루수간 병살 플레이(5-4-3) 등 내야진을 진두지휘하는 유격수를 중심으로 수비가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2007년 현재 국내 프로야구사에서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선수는 과연 누구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연대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유격수를 살펴보면 그 답은 저절로 나올 것이다.

 

유격수라고 하면 아마 김재박(현 LG 트윈스 감독) 선수를 우선 꼽을 수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 국가대표와 아마야구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힌 김재박 선수는 82년 전 MBC 청룡에 입단해 83년부터 86년까지 4년 연속 골든 글러브 유격수 부문 수상에 이어 89년에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물론 기록만 가지고 김 선수를 평가하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그의 플레이를 기억하는 올드팬들은 아마도 김재박 하면 ‘엄지손가락’을 꺼내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재박 선수의 계보를 잇는 선수는 바로 류중일 현 삼성 라이온즈 코치를 꼽을 수 있다.

 

김재박 선수가 화려한 플레이를 펼쳤다면 류중일 선수는 강한 어깨를 동반한 시원한 플레이를 팬들에게 선보였었다.

고교시절 투수로도 활약한 경험이 있는 류중일 선수는 경북고와 한양대를 거치며 87년 삼성에 입단해 입단 첫해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으며 이어 91년에도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는 99년까지 삼성에서 활약하며 1천95경기에 출전해 통산타율 2할6푼5리, 874안타, 475득점, 359타점을 기록하며 국내 프로야구팀 최강의 내야진을 자랑하는 삼성 내야진의 초석을 다졌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가 10년을 넘어서면서 또 한명의 걸출한 유격수가 등장하게 된다. 그는 바로 이종범 선수다.

 

93년 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종범 선수는 97년까지 국내에서 활약한 뒤 98년부터 2001년 6월까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했으며 그 이후 기아 타이거즈에서 현재까지 활약을 펼치고 있다. 93, 94, 96, 97년 각각 골든 글러브 유격수 부문을 수상했으며, 93, 94, 97년 한국시리즈 최우수 선수의 영예를 차지하는 등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며 국내 프로야구의 간판선수로 이름을 드높였다.

 

특히 94년에는 타격(3할9푼3리), 최다안타(196개), 득점(113점), 도루(84개), 출루율(4할5푼2리)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해 최고의 한해를 보내기도 했다. 기록에서 보여주듯 최다안타와 도루부문의 기록은 당분간 깨어지기 힘든 기록이며 유격수라는 어려운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기록을 작성해 더욱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이종범의 뒤를 잇는 선수로 90년대 LG 트윈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유지현 선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대표 및 국가대표를 거치며 아마 야구에서 이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유지현 선수는 94년 LG에 입단해 신인상을 수상하며 그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98년과 99년 연속 골든 글러브 유격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LG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으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선수시절 다소 어깨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해 한 때 2루수를 맡기도 했으나 그를 최고의 선수로 꼽는데 이의를 다는 팬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거론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으니 그는 바로 박진만 선수다.

 

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박진만은 현재 삼성에서 활약하며 ‘명품 수비’를 팬들에게 보이고 있어 국내 최고 유격수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0, 2001, 2004, 2006년 4회에 걸쳐 골든 글러브 수상과 2006년 한국시리즈 MVP 등 각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미 메이저리그 전문가 또는 스카우터들로 부터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선보인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공을 던진 투수나 타격한 타자, 야구를 지켜보는 팬들 모두가 안타라고 생각할 때도 박진만은 공을 걷어내 아웃을 펼치는 플레이를 자주 선보이고 있어 수비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는 명성을 부여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올 시즌 초반 부상 등의 이유로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인 박진만은 최근 3할대 타율은 물론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며 양준혁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메우며 3번 타자역할을 수행하는 등 투타 모두에서 빼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박진만의 뒤를 이어 최고 유격수 자리를 노리는 선수들 또한 만만치 않다. 두산 베어스 손시헌, 현대 유니콘스 정성훈, 한화 이글스 김민재 등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무수히 많지만 아직 박진만의 능력을 뛰어 넘는 선수는 보이지 않고 있어, 명 유격수의 계보를 이어나갈 차세대 유격수 발굴 역시 야구계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