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7년

박진만, '공수겸장 유격수'로 재탄생

사비성 2007. 9. 14. 17:11
박진만, '공수겸장 유격수'로 재탄생
OSEN | 기사입력 2007-09-14 16:3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유격수는 타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다. 내야 수비라인 전체를 주도하는 유격수 수비는 투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 또는 불안을 안길 정도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수비가 좋은 유격수를 괜히 15승 투수에 비견하는 것이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현역 최고의 유격수인 삼성 박진만(31)도 수비가 우선이 되는 유격수다. 하지만 요즘에는 타격도 좋아지고 있다. ‘공수겸장 유격수’로 재탄생한 것이다.

14일 현재 박진만의 타율은 3할1리.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생애 2번째 3할 타율이 유력하다. 박진만은 현대 시절인 2002년 정확히 3할에 도달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3할 타율의 기억이다. 1996년 인천고를 졸업하고 막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형편없는 타격으로 눈초리를 받아야 했지만 김용달 타격코치가 부임한 2000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타격에 눈을 떴다. 손등 부상으로 고전한 2005년을 제외하면 2003년부터 박진만은 줄곧 2할8푼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유격수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고타율이며 두 자릿수 홈런도 고정적으로 때려냈다.

박진만의 타격이 부쩍 좋아진 것은 지난해 전반기 막판부터.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타율이 2할9푼9리로 3할에 육박한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으로서 타격에서 노림수가 좋아졌고 방망이 헤드를 투수 쪽으로 향하고 리듬을 타는 ‘훌리오 프랑코식’ 타격 준비동작도 박진만의 타격 밸런스에 딱 맞는 모습이다. 물론 변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톡톡 갖다 맞히는 기본적인 타격감각도 뒷받침됐다. 지난해부터 5번 타자로 자리매김하며 당당히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박진만은 특유의 수비 실력을 잃지 않은 채 공수겸장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박진만의 공수겸장이 주목받는 것은 프로야구 출범 후 공수를 겸장한 특급 유격수들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있던 선수들도 전성기가 짧았다는 점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이종범도 유격수로 활약한 기간은 딱 5년이었다. 류중일·김민호·유지현 등도 30대 초반부터 눈에 띄게 하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박진만의 경우에는 30대 들어 타격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며 공수겸장 유격수로 재탄생했다. 지금 같은 공수양면 활약으로 향후 몇 년간 롱런한다면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유격수 자리도 박진만에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