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4년

퍼펙트 놓친 배영수 "박진만이 너무 미워"

사비성 2004. 10. 25. 20:45
퍼펙트 놓친 배영수 "박진만이 너무 미워"
현대 박진만(28)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유격수다.1996년 인천고를 졸업하고 현대에 입단, 프로에 입문한 박진만은 물 흐르는 듯한 수비로 제2의 김재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오히려 수비력만 놓고 보면 김재박 감독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올 한국시리즈 들어 3차전까지 11타수 1안타의 빈공을 보인 박진만이지만 수비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5일 열린 4차전에서도 박진만은 첫 투삭에서 범타로 물러나는등 여전히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박진만의 진가는 7회말 수비에서 드러났다.

삼성의 배영수와 현대의 피어리의 눈부신 호투로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삼성의 선두타자 박한이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날 경기에서 선두타자가 1루를 밟은 것은 두 팀 통틀어 처음이었다.

김종훈의 희생번트로 주자는 1사 2루. 배영수의 구위로 봐 1점만 내며 삼성이 이길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양준혁이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찬스가 무산되는 듯했다.

양준혁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것은 김한수. 올 한국시리즈에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알토란같은 타격으로 팀타선을 이끌고 있는 김한수는 볼카운트 1-1에서 현대의 3번째 투수 신철인의 3구를 통타했다.

타구는 마운드를 스치며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빠르게 굴러갔다.

관중들은 물론 삼성벤치도 중전안타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는 박진만이라는 걸출한 유격수가 버티고 있었다. 쏜살같이 2루 베이스 뒤쪽으로 달려온 박진만은 슬라이딩하며 김한수의 타구를 캐, 2루 베이스를 커버한 채종국에게 토스, 실점위기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박진만이 아니고서도 도저히 해낼수 없는 수비였다.

박진만은 8회초 공격에서 2사후 퍼펙트게임을 목전에 두고 있던 삼성 배영수로부터 천금같은 볼넷을 골라내 팀을 퍼펙트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 박진만의 결정적인 호수비가 없었다면 삼성의 득점이 이뤄져 연장전까지 갈 것도 없이 배영수는 9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박진만은 11회 현대의 첫 안타를 때려 내 삼성의 팀 노히트노런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