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7년

박진만, 유격수 부문 GG를 받아야 마땅한 이유

사비성 2007. 12. 11. 09:57
박진만, 유격수 부문 GG를 받아야 마땅한 이유
[마이데일리   2007-12-11 19:35:04]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국민유격수' 박진만(삼성)이 통산 5번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박진만은 11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유격수 부문에서 218표를 얻으며 138표에 그친 정근우(SK)를 제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박진만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2000년 첫 수상 이후 2001년, 2004년, 2006년에 이어 5번째다. 박진만은 2005년 손시헌(상무)에게 골든글러브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4년간 3차례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유격수 자리 최강자임을 확인했다.

▲ 정근우와의 치열한 경쟁...하지만 터줏대감은 강했다

투수(다니엘 리오스.두산), 1루수(이대호.롯데), 2루수(고영민.두산) 등의 포지션에서 수상자가 거의 정해졌던 것과 달리 박진만과 정근우가 후보에 올라있는 유격수 부문은 접전이 예상됐다. 최근 몇 년간 유격수 골든글러브 터줏대감이었던 박진만이지만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는 정근우가 유격수 부문 후보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지난해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276표를 얻어 83.6%의 득표율로 29표에 그친 고영민(두산)을 여유있게 제쳤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기존의 2루수는 물론, 유격수로도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SK 감독으로 취임한 김성근 감독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결과였다.

때문에 이날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경우 통산 5번째로 두 포지션 이상(지명타자 제외)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첫 2개 포지션 이상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김용희(당시 롯데). 1982년과 1983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김용희는 1985년 지명타자 부문으로 수상했지만 수비 포지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이후 1988년과 1990년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장종훈이 1992년 1루수 부문으로 골든글러브를 타며 사실상 처음으로 2개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후 김성래(당시 삼성), 양준혁(삼성), 이종범(KIA)이 지명타자를 제외한 2개 이상의 수비 포지션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 정근우는 수비정체성 모호… 박진만 안정적인 모습 선보여

일단 정근우의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좋았다. 타율 .323를 기록해 타격 부문 4위에 올랐으며 빠른 발을 앞세워 도루도 24개를 기록했다. 더불어 파워까지 좋아져 9홈런을 곁들였다. 하지만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에는 2루수로 대부분 활동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지만 올시즌 유격수로 나선 정근우는 달랐다. 실책은 연발했으며 상대 주자에게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수비 행동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정근우는 포지션이 유격수인지 2루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시즌 정근우는 유격수로 47경기 선발출장해 360.1이닝 동안 15실책을 남발했다. 수비율 역시 .931로 매우 낮았다. 2루수로는 33경기에 출장해 284이닝 동안 5개의 실책을 기록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반면 박진만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인해 한 달간 출장하지 못했지만 그는 출장했던 100경기에서 만점짜리 활약을 선보였다. 26경기에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격수 수비 시간은 798이닝으로 정근우의 2배를 넘었다. 실책은 12개밖에 안됐다. 여기에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화려하면서 안정된 수비는 일품이었다.

올시즌 박진만의 타격 성적은 .313, 7홈런, 56타점. 박진만 생애 최고 타율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을 비교했을 때 정근우에게 뒤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말이 달라진다. 정근우가 유격수로 출장했을 경우에는 평소 때의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 정근우는 2루수로 출장했을 경우 .365의 타율과 함께 OPS(출루율+장타율)도 .952로 매우 높았지만 유격수로 출장했을 경우에는 타율 .272, OPS .748로 부진한 모습이었다.

결국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박진만의 우위였다. 그리고 유격수 자리 골든글러브 역시 자연스레 박진만의 몫이었다. 박진만은 수상 후 "부상때문에 목표에는 못미쳤지만 내년에는 계획했던 것을 잘 이루고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만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