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SC 매거진] 야구장비 '길들이기'..'야수들의 생명' 글러브

사비성 2008. 7. 14. 09:52
[SC 매거진] 야구장비 '길들이기'..'야수들의 생명' 글러브
스포츠조선  기사전송 2008-07-14 10:07 




 야구만큼 현란한 장비를 요구하는 스포츠 종목도 드물다. 어린 시절 멋진 유니폼과 신기한 장비들에 매료돼 야구를 시작했다는 말은프로야구 스타들의 인터뷰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동네야구에서조차 빠질 수 없는 배트와 글러브부터 심지어 급소 보호대와 아이패치같은사소한 것까지, 다양하다 못해 장황하다. 물론 이런 물건들이 폼 때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장비의 성능은 곧 경기력과 직결된다.선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장비를 고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심사숙고끝에 장비를 선택하고 나면 이번엔 그것을 실전 투입하기 전에 자기몸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갈고 닦아 길을 들인다. 야구선수에게 제2의 생명과도 같은 장비. 잘 고르고, 길들여 내 것을 만드는 노하우를프로야구 선수들로부터 직접 들어본다.

 < 야구부>



 일단 잡아야 던지는 게 가능하다. 모든 수비 전술의 출발점은 포구다. 따라서 야수들에게 있어 글러브는 분신과도 같다.

 삼성 유격수 박진만은 '윌슨' 제품 글러브를 주로 사용한다. 예전엔 '미즈노', '제트' 같은 일본 제품을 쓰다가 3년 전부터 '윌슨'으로바꿨다. 전문가용 유격수 글러브의 가격은 대략 50만~60만원. 박진만이 느끼기엔 '윌슨'의 가죽이 가장 부드럽고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라고한다.

 옛날엔 새 글러브를 길들이기 위해 물에 푹 담궜다가 빼내는 경우도 있었다. 박진만은 "그건 구시대적 방법이다. 요즘은 가죽이 좋아서 그냥훈련 때 새 글러브를 쓰면서 길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다른 내야수보다 글러브 길들이는 기간이 길다. 보통 선수들은 한두달 길들인뒤 사용하는데 박진만은 석 달 정도 길들인다. 1년에 2개 정도 글러브를 소비한다. '대한민국 대표 유격수'란 닉네임답게, 글러브 사용량도많은 편이다.

 ▶착 접히는 글러브는 동네야구용

 일반 팬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서 '글러브는 착 접힐 때까지 길들인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프로 선수들은 절대로글러브가 착 접힐 정도로 만들지 않는다. 박진만의 경우엔 특히 글러브가 타원형으로 자리잡도록 모양을 만든다. "내야수는 공을 잡는 게 아니고,공을 글러브에 넣었다가 곧바로 빼야 한다. 그러니 다 길들인 글러브도 결코 접히는 상태가 돼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죽이 너무 헐렁해져타원형 모양이 무너지면, 그 글러브는 프로 선수용으로는 생명을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2루수 고영민은 실전용 1개, 맑은 날 연습용 1개, 비오는 날 연습용 1개 등 총 3개의 글러브를 갖고 다닌다. 실전용은 2004년부터쓰던 낡고 오래 된 글러브인데 독특하게 여태 사용하고 있다. 고영민 역시 푹신한 가죽 제품을 선호한다. 실전 글러브가 워낙 오래됐기 때문에올시즌 초반부터 예비 글러브를 길들이고 있는 중이다. 고영민은 새 글러브 안쪽에 글러브 2개를 겹쳐넣은 뒤 그 안에 공 1개를 끼워놓는 방식으로길을 들인다.

 KIA 내야수 김종국은 처음 척 만졌을 때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가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공을 받을 때 글러브에 착달라붙는 느낌이 든다는 이유. 가죽이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면 바세린을 발라준다. 박진만과 마찬가지로, 글러브는 공을 잡기 편하도록 평소에 벌어진상태를 유지하게 길들인다.

 ▶외야수 글러브는 볼집이 생명

 그럼 외야수들은 글러브를 어떻게 관리할까. LG 이대형은 엄지와 새끼손가락이 맞닿도록 글러브 형태를 만든다. 새 글러브에 바세린을 바른 뒤그 안에 공을 넣어 끈으로 동여매 둔다. 가끔씩 끈을 풀어 글러브에 공을 퍽퍽 튕겨주면서 자리를 잡도록 한다. 이대형은 2주 정도 이런 식으로길들이면 실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LG 박용택도 글러브에 공을 넣고 끈으로 동여매는 것까지는 이대형과 비슷한데 그 후 무거운 물건 밑에 깔아두는 과정을 거친다. 주로 침대나장롱을 이용한다.

 롯데 외야수 정수근도 글러브에 '볼집'을 만들기 위해 오므리지 않고 포구시 공이 닿는 지점에 공을 툭툭 반복해 치면서 길을 들인다. 딱히공을 넣고 묶어두거나 하지는 않고, 처음부터 훈련에 갖고 나가 볼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볼집'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공이 들어왔다 떨어지는일이 있더라도 결코 글러브를 오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수근은 현재의 경기용 글러브를 2년째 사용중이다.

 포수 미트의 경우는 140㎞가 넘는 빠른 공을 하루에도 150∼200개 정도 받아내기 위해 가죽이 훨씬 두껍다. 그래서 투구를 많이 받으면서길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삼성 진갑용의 경우 브라더 제품을 3년째 사용하고 있다. 가죽이 연하고 부드러운 게 길들이기 편해 제품의 가죽을꼼꼼히 보는 편이다. 보통 1년에 1∼2개 정도를 쓰는데 전지훈련처럼 시간이 많을 때 직접 받으면서 천천히 길을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