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박진만이 밝힌 쿠바전 '최후의 3분' 긴박했던 순간

사비성 2008. 8. 26. 11:38

박진만이 밝힌 쿠바전 '최후의 3분' 긴박했던 순간

 

마지막 순간, 금빛 더블플레이를 성공시킨 유격수 박진만의 심정은 어땠을까.

 25일 귀국한 박진만(삼성)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두근거린다"며 쿠바와의 올림픽 야구 결승전 9회 긴박했던 분위기와 마지막 4초의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1사 만루, 강민호 퇴장

 "구심이 자꾸 볼을 선언했다. 2003년 삿포로 생각이 났다. 볼넷 두개로 만루가 됐다. 쿠바에서 가장 잘 친다는 타자(구리엘)가 나오는 게 보였다. 느낌이 안 좋았다. 분위기는 이미 착 가라앉아 있었다. 민호까지 퇴장당했다. 이전까지 몸이 뜨거웠는데 민호 퇴장으로 몸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찬물 끼얹어진다는 게 딱 맞다. 그 순간, 다른 내야수들의 표정도 봤다. 동주형이나 승엽이는 큰게임을 많이 해봐서인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2루수 (고)영민이는 얼굴이 완전히 붕 떠있었다."

 

 ▶대현아, 힘내자

 "투수가 (정)대현이로 교체될 때 감독님이 야수들을 마운드에 불러모으려 했다. 그런데 2루심이 못 모이게 제지했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못본 척 하고 대현이한테 갔다. 대현이에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한 거다. 져도 괜찮으니 마음 편하게 던져' 하고 말해줬다."

 

 ▶가슴이 철렁!

 "대현이의 초구가 스트라이크인데 방망이가 안 나오더라. 2구째 들어갈때 가슴이 철렁했다. 실투였다. 포수 (진)갑용이형이 완전히 빠져앉았는데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것도 안 치는 걸 보고 잘하면 잡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3구째도 더 빠지게 던지려 한 것 같은데 약간 몰렸다. 그리고 드디어, 구리엘이 쳤다."

 

 ▶최후의 4초, 지옥 문앞까지 가다

 더블플레이는 대략 4초 남짓한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진만은 이순간, 온세상의 짐을 혼자 떠안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타구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냥 뇌가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 잡아야 한다, 놓치면 어떡하나, 그 생각 뿐이다. 잡아서 2루로 달려오던 영민이에게 토스했다. 영민이가 편안하게 스텝을 밟고 천천히 1루로 던져도 되는데 러닝스로 상태에서 몸을 꺾어 던지는 게 눈에 보여 순간 또 철렁했다. 2루에 서서 공이 1루로 날아가는 걸 보는데, 꼭 빠질 것 같았다. 승엽이가 잡는 순간, 저절로 목에서 괴성이 터졌다. 목이 다 쉬었다."

 

 ▶허구연 위원님! 흑흑흑

 박진만은 에피소드 한가지를 밝혔다. "결승전 끝나고 한국에 있는 아내가 전화를 많이 받았다더라. 그런데 축하전화가 아니고, '너네 부부 가정불화 있었냐?'고 묻는 전화였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이 우승 결정 직후 "박진만 선수도 참 힘들었어요. 말씀드릴 순 없지만 가정사가 있어요"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가정사'란 표현 때문에 가정불화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산 것이다. 실은 지난해 태어난 아들 지후군이 몇달 전 넘어지면서 입 위쪽을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 심하게 다쳤다. 치료는 잘 됐지만, 커가면서 심각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도 몰라 박진만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이 얘기를, 감정이 북받친 허위원이 앞뒤 자르고 하는 바람에 궁금증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