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 멋져요" 삼성 유격수 박진만이 3회 2사 만루서 두산 김현수의 땅볼을 깔끔하게 처리한 뒤 투수 윤성환의 격려를 받으며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 | |
삼성 박진만이 스포츠조선의 PO 명품열전 2편< 10월16일자>에서 자신만의 수비 노하우를 설명할 때 '시프트'를 강조했었다. 시프트는 타자에 따른 수비 위치 이동을 뜻한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박진만의 두차례 수비 시프트가 승리의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 쐐기 3점홈런으로 데일리MVP가 된 최형우나 선제 2타점 2루타의 박석민보다 사실은 '4타점'을 혼자 막은 박진만이 히어로였다. 그것도 두 번 모두 두산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김현수를 상대로 해 타격이 두 배였다.
우선 인상적인 장면은 8회였다. 2-6으로 뒤진 두산이 2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김현수가 삼성 권 혁을 상대로 총알같은 타구를 날렸다. 유격수 박진만은 제자리에서 개구리처럼 풀쩍 뛰어올라 타이밍을 맞춰 글러브를 갖다댔고 정확하게 잡아냈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최소 2점이 들어왔을 것이고, 승부는 갑자기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이 장면이 중요한 건 단순히 점프를 잘 했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유격수들도 정면타구에 그 정도 점프는 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김현수의 타구 방향을 예측해 2루쪽으로 당겨 서 이미 시프트를 마친 상태였다는 점이다. 1m만 빗겨나 서있었어도 타구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진만은 "수비 시프트를 위해 평소 타자의 타구 방향을 감안하고 또 배트 나오는 각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날의 컨디션이 어떤 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명품 유격수'란 닉네임은 괜히 얻은 게 아니다.
박진만은 3회 수비 때도 돋보였다. 0-0에서 두산이 2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타자는 김현수. 역시 총알 타구를 날렸는데 삼성 투수 윤성환이 엉겁결에 갖다댄 글러브에 약간 스쳤다. 그래도 타구 속도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고, 2루를 넘어 중견수쪽으로 흐르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유격수 박진만이 여유롭게 달려나와 손쉽게 처리했다. 선취점을 내줄 뻔한 상황을 막은 셈. 역시 '김현수용 시프트'가 작용했던 순간이다.
< 대구=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