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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만 | |
전문가들은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선 수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비 실수 하나가 경기 흐름을 확 바꿔 놓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역시 선발투수의 호투나 홈런 한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것보다 멋진 수비 하나가 결정적인 승부처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내야수들의 그림같은 호수비가 속출하고 있어 팬들을 더욱 흥분시킨다.
2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선 두산 키스톤 콤비의 메이저리그급 수비가 승리를 지켜내는 밑거름이 됐다. 두산 유격수 이대수는 5-0으로 앞선 1회말 무사 2루에서 삼성 신명철이 친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빠지는 타구를 한마리 새처럼 날아 잡았다. 직선타보다 포구가 더 어려운 원바운드 타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잡았고, 역모션임에도 불구하고 1루까지 강하게 송구해 타자주자를 아웃시켰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두산은 초반에 잡았던 분위기를 삼성에 넘겨줄 수 있었다. 또 9-3으로 앞선 5회 2사 3루에서 2루수 고영민은 삼성 현재윤이 친 1, 2루 사이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 일어서면서 한바퀴 돌아 1루에 던져 아웃시켰다. 이 수비 하나로 추가 실점을 막았기 때문에 중반 이후에도 두산이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날 3차전에선 사실상 삼성 유격수 박진만의 '김현수 시프트'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3회초 2사 만루. 두산 김현수가 강하게 휘두른 타구는 삼성 선발 윤성환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하지만 2루 근처에 있던 박진만이 여유있게 잡아 아웃을 시켰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두산이 선취점을 올리며 기선 제압을 할 수 있었다. 박진만의 명품 수비는 6-2로 앞선 8회초에도 빛을 발했다. 2사 만루에서 김현수의 타구는 강한 직선 타구로 박진만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이번에도 박진만은 평소보다 외야쪽으로 두걸음 정도 뒷쪽에 위치하고 있다가 힘껏 뛰어서 잡았다. 두차례 만루 위기서 박진만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삼성은 일찌감치 플레이오프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