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보다 순발력 떨어져…어쩌겠나 그게 야구선수 삶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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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유격수 계보를 이어온 삼성 박진만이 최근 수비에서 실수가 많아진 것에 대해 "수비능력이 떨어진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 | 삼성 박진만은 솔직한 성격이다. 굳이 변명하려 들지 않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밝히기 때문에 인터뷰 하는 사람도 솔직해진다.
두산과의 주말 3연전 동안 박진만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뭐, 빙빙 돌릴 것 없고, 저 약간 나빠진 거 맞아요"라고 했다.
▶최고 유격수의 고백
올시즌 박진만은 홈팬들에게도 싫은 소리를 듣고 있다. 갑자기 실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4일 현재 6개의 실책으로 공동 1위다. 국가대표 유격수, 한국프로야구 최고 유격수 계보를 이어온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물론 그도 2001년 현대 시절, 한시즌 25실책을 기록한 적이 있다. 실책 기록에 '페이스' 개념을 도입하긴 힘들지만, 어쨌건 올해 기록이 2001년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박진만, 한물 갔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진만은 "솔직히 말하면 수비면에서 약간 나빠진 게 맞다. 나도 느낀다"라고 말했다.
▶푸트워크, 반걸음이 빠진다
박진만은 "송구 능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코너 타구를, 지금은 쫓아가다보면 반걸음 정도 모자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어깨 통증 때문에 고생했다. 작년 시즌을 마친 뒤 재활을 충실히 한 덕분에 상당히 좋아졌다. 덕분에 송구 측면에선 지난 2년보다 지금이 오히려 나은 상태다.
그러나 역시 순발력이 문제다. 76년생인 박진만은 우리나이로 서른다섯살이다. 박진만은 "나이도 있고,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순발력이 떨어졌다. 어쩌겠나, 그게 야구선수의 삶인데"라고 했다.
한편으론, 박진만이기에 실책이 더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 그는 "유격수란 포지션이 그렇다. 실수하면 티가 많이 난다. 내가 1루수였다면 여전히 수비 측면에서 별다른 얘기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비, 타격과의 연계
유격수는, 어찌보면 굉장히 민감한 포지션이다. 박진만은 "2년간 어깨가 아프면서 타격때 테이크백 자세가 흐트러졌다. 타격이 부진하니까 수비까지 움츠러드는 경향도 없지 않다. 또 실책이란 한번 나오면 줄줄이 나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대로 있을 순 없다. 박진만은 "나이를 거스를 순 없지만, 순발력 강화를 위해 짧은 거리 뛰기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했다. 실은 박진만의 실책은, 박진만이기 때문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다른 선수라면 포기했을 타구를 미리 예측하고 달려가서 잡다가 마무리가 제대로 안돼 실책으로 기록되는 케이스다.
▶류중일 코치, 선배의 조언
최고 유격수 계보상에 있는 삼성 류중일 코치의 조언이다. 그는 "나이는 어쩔 수 없다. 나도 현역 시절 서른다섯이 넘으면서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걸 실감했다. 하지만 박진만은 여전히 좋은 유격수다. 그만한 선수가 또 있는가"라고 말했다.
류 코치 역시 뛰는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 코치는 "한번도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김재박 선배님이 예전에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뛰는 게 싫으면 야구선수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였다. 단거리 달리기를 많이 하면서 순발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아테네올림픽 예선, 2006년 1회 WBC,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07년 베이징올림픽 예선, 2008년 올림픽 본선. 박진만은 대표팀에 가장 많이 불려간 선수중 한명이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도 마지막 순간에 그의 수비로 마무리됐다. 세월에 영향받는 나이가 됐지만, 박진만은 여전히 톱클래스다.
< 대구=김남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