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3루 왔다갔다 박진만 이유있는 불규칙 출전
그런데 상황은 약간 묘하다. 4일 대전 한화전에서 24일 만에 주전 유격수 출전, 그리고 5일에는 8회 1루 대수비로 교체 출전했다. 다음날에는 7회에 1루 수비로 들어갔다가 8일에는 대주자로 나섰고, 10일 다시 유격수로 교체 출전했다. 2000년대 최고 유격수였던 박진만의 들쭉날쭉한 포지션 이동과 불규칙한 출전, 왜 그럴까. ▶컨디션의 딜레마 사실 잘 치고 잘 막으면 주전 유격수는 박진만의 차지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예전의 수비력을 되찾았던 박진만은 올 시즌 초반 주전 유격수로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9일 인천 삼성전에서 결정적인 실책 2개를 범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달 27일 1군에 복귀했지만 더 이상 주전유격수는 아니었다. 2년차 신예 유격수 최윤석이 빈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8일 KIA 서재응의 투구에 헬멧을 정통으로 맞고 부상까지 입었다. 박진만은 경기를 안정적으로 뛰면서 컨디션을 되찾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주전경쟁이 극심한 SK에서 그런 '자비'를 기대할 수 없다. ▶내야와 외야의 상관관계 박진만이 유격수와 1루수를 동시에, 그것도 선발과 교체로 매경기 번갈아 출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상대팀과의 관계, 박진만의 컨디션, 그리고 팀 내부사정 등이 얽히고 설켜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SK 내부의 내야와 외야의 상관관계다. 박진만이 1루 수비 연습을 시작했던 지난 2일 SK는 외야수가 많이 부족했다. 김강민(허벅지 근육통)과 박재상(허리부상)이 전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박재홍과 함께 주전 1루수 박정권이 예비 외야수 후보였다. 승부처에서 수비 강화라는 측면만을 따져보면 필연적으로 1루와 우익수 중 한 자리가 불안했다. SK 김 감독은 그렇게 생각했다. 수비력이 뛰어난 박정권을 우익수로 돌릴 경우 이호준 최동수는 1루 수비가 불안했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15일 목동 넥센전이다. 9회 2사 2루 상황에서 넥센 알드리지가 나오자, 1루수 최동수와 3루수 최 정이 포지션을 바꿨다. 왼손타자 알드리지의 타구 특성상 1루 쪽에 강습타구가 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실패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임시변통이었다. 좀 더 근본적인 수비 강화책이 필요했다. 결론은 박진만의 '1루수 겸업'이었다. ▶다시 바뀐 불균형 그런데 상황이 또 다시 바뀌고 있다. 박재상이 복귀한데 이어 안치용 조동화 등 외야요원들이 제 몫을 하는 중이다. 박정권을 외야로 돌릴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의미. 당연히 이렇게 되면 박진만이 1루보다 유격수로 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여기에 박진만의 공백을 잘 메워주던 최윤석이 주춤하고 있다. 4월까지 3할5푼이 넘는 불방망이와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했던 그는 5월 들어 1할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10일 삼성전에서는 2회 실책을 저지른데 이어 3회 2사 1, 2루에서 삼진을 당했다. 박진만이 10일 유격수로 교체 출전한 이유다. 결국 박진만의 불규칙한 출전은 완전치 않은 컨디션과 팀 내부사정이 복잡하게 결합된 결과다. 박진만도 SK의 견고한 플래툰 시스템 일원이 돼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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